[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무엇을 감추고 싶나… KPGA ‘굳게 닫은 문’

2024년 KPGA 정기총회에서 김원섭 대표이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2024년 KPGA 정기총회에서 김원섭 대표이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무엇을 감추고 싶은 것인가. 가장 투명해야 할 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문을 굳게 닫아버렸다.

 

 KPGA는 31일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총회를 앞두고 KPGA 측은 “자유로운 논의가 필요한 내부 회의 성격의 안건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게 되는 특수성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미디어 비공개 진행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 사항은 회의 종료 후 신속하게 정리하여 보도자료를 통해 투명하게 안내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전에 공지된 안건은 2025년 하반기 감사보고, 특별 감사보고, 사업 결산 승인의 건, 2026년 사업 예산 승인의 건, 감사 선출의 건, 기타 부의 안건 등이다. 

 

 언론 비공개 진행은 이례적이다. 정기총회는 조직의 한 해를 결산하고 향후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다. 기업으로 치면 주주총회와 다르지 않은 최고 의사결정 무대다. 그런 자리를 스스로 닫아버렸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적지 않은 메시지를 던진다. 이와 관련해 KPGA 측은 “정기총회를 미디어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은 체육계의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관행”이라며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를 비롯해 한국농구연맹(KBL), 대한테니스협회(KTA) 등도 정기총회는 

기본적으로 미디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미디어 비공개 진행이 아니다.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현재의 KPGA 흐름과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KPGA는 그 어느 때보다 설명이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프로 스포츠’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2가지 요소는 바로 돈과 팬이다. 스폰서십 또는 이벤트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 자금을 다시 팬을 위해 활용하며, 이렇게 팬이 모이면 이 자체가 또한 자금 확보의 한 루트가 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야 하는 인물, 바로 프로 스포츠 단체장이다. 단체장을 평가하는 기준은 복잡해 보이지만, 본질은 의외로 단순하다. 세 가지로 압축된다. 재정 확보, 대회 유치, 그리고 안정적인 행정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돈은 프로 생태계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안정적인 스폰서십 확보와 수익 구조 설계는 단체장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재정이 흔들리는 순간, 리그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도 함께 흔들린다.

 

 대회 유치도 중요하다. 얼마나 좋은 무대를 만들어내느냐는 곧 리그의 존재 이유와 직결된다. 대회의 수와 질, 그리고 국제 경쟁력은 단체장의 역량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선수에게는 기회의 장이고, 팬에게는 콘텐츠이며, 시장에는 상품이다.

 

 마지막은 행정이다. 조직 내부의 공정성과 신뢰를 유지하는 일이다. 인사, 의사결정 구조, 갈등 관리까지 포함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영역이다. 하지만 한 번 덧나기 시작하면 결국 곪아 터진다. 이 기반이 무너지면 어떤 성과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결국 단체장의 평가는 이 세가지 축 위에서 이뤄지며, 균형을 이뤄낼 때 비로소 프로 스포츠는 ‘프로’로서 기능한다.

김원섭 대표이사가 2024년 KPGA 정기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김원섭 대표이사가 2024년 KPGA 정기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KPGA를 살펴보자. 객관적인 지표인 대회 수는 줄어들고 있다. KPGA가 공개한 최근 5년간 투어 현황에 따르면 대회 수는 2022년 21개 대회, 2023년 22개 대회로 증가했으나, 지난해와 올해는 20개 대회로 축소됐다. 이 가운데 ‘가칭’, ‘OO대회’ 등 메인 스폰서가 확정되지 않은 대회도 2개나 포함돼 있다.

 

 특히 올해 KPGA 투어 일정을 3월에 발표한 것은 심각한 사안이다. 통상 시즌 일정은 해가 바뀌기 직전이나 직후 발표한다. 이 일정에 따라 선수들은 해외 및 국내 동계 훈련 계획을 세우고, 개막 대회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한다. 실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도 지난해 12월 말 이미 투어 일정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KPGA는 지난 5일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다음달 16일 라비에벨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리는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이 개막 대회인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한참을 늦었다. 골프계 한 관계자는 “대회 스폰서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투어 일정 발표도 늦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KPGA 측은 “각 대회의 완성도를 높이고 안정적인 투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신중한 협의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회 평균 상금 역시 감소했다. 지난해 대회당 평균 상금은 약 13억4000만원이었으나, 올해 12억8000만원으로 감소했다. 눈에 띄는 점은 대회 총 상금 10억원 이하 대회다. 아직 상금이 결정나지 않은 대회를 제외하고도 6개에 이른다. 반면 KLPGA의 경우 올 시즌 투어 30개 대회의 최저 총 상금이 10억원이다. KLPGA 투어 모든 대회의 총상금이 10억원 이상이라는 뜻이다. 이를 두고 김원섭 대표이사는 “올 시즌은 각 대회의 완성도를 높이고 KPGA 투어 구조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내부 행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KPGA에는 3명의 부당 해고 직원이 업무에 복귀했다. 3명의 직원은 2024년 12월 KPGA 내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 직원이다. 가해자인 선수 출신 KPGA 전직 고위 임원 A씨는 욕설, 폭언, 퇴사 강요 등으로 지난해 9월 검찰의 불구속 기소 후 1심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KPGA 측은 이후 징계위원회를 열어 3명의 피해 직원을 해고했다. 이후 KPGA 노조는 지난해 9월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제기했고, 직원 3명은 1년이 넘도록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결국 경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는 지난 1월 최종 심문 회의에서 직원 3명 전원에 대한 구제명령을 내렸다. 3명의 직원은 지노위 결정이 내려진 후에도 2개월이 지나서야 업무에 복귀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기 총회가 ‘닫힌 문’ 뒤에서 진행된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논란과 의문이 쌓인 시기일수록 더 많은 질문을 받고, 더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 과정을 생략한 채 결론만 남기는 총회라면, 절차만 지켰을 뿐 역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설명을 줄인 만큼 의심은 커지고, 공개를 닫은 만큼 신뢰는 흔들린다. 침묵의 방어는 해답이 될 수 없다.

 

 한국 프로야구는 3년 연속 1000만 관중 돌파라는 기념비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축구, 농구, 배구 모두 현장에도 관중 수가 증가하고 있다. 가까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만 해도 매년 상금 총액은 증가하고 있고, 연일 스폰서 유치 소식이 들려온다. 프로 스포츠는 황금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KPGA 투어는 지금 어느 곳으로 향하고 있을까.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