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축구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혼란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리버풀이 정상을 차지하기 전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다인 20번의 우승 타이틀을 가지고 있던 명가의 영광은 옛말이다.
마지막 우승은 맨유의 상징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사령탑 시절이던 2012~2013시즌이다. 그로부터 13년이 흘렀다. 명성이 자자한 사령탑, 천문학적인 금액에 대형 선수를 영입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맨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공통된 문제는 구단 수뇌부의 안일한 대처다. 팀 성적이 부진하면 기다리지 않았다. 감독을 교체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떠나는 수장들의 이름만 쌓여갔다. 퍼거슨 감독 이후 13년 동안 맨유를 거쳐 간 사령탑(감독대행 포함)은 무려 10명에 이른다. 한 명당 평균 재임 기간은 고작 1년3개월. 사실상 한 시즌만 치르고 팀을 떠났다.
이 기간 정식 사령탑을 영입하는데 들인 돈은 4000만파운드(약 790억원)가 넘는다. 선수 이적료도 14억3000만파운드(약 2조83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투자 대비 수익은 낮았다. 루이 판할, 조제 모리뉴, 에릭 텐하흐 같은 이름값 있는 감독들조차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올 시즌 팀을 상위권에 올려놓은 루벤 아모림 감독 역시 최근 경질됐다. 팀을 떠나기 전 불만을 토로했다. “난 맨유에 매니저가 되기 위해 왔다. 단순히 선수들을 훈련만 시키는 헤드코치가 아니다”라며 구단의 과도한 간섭을 지적했다. 아모림 감독 이후 임시 지휘봉을 잡은 마이클 캐릭 전 미들즈브러 감독이 맨유를 2연승으로 이끌었지만 우려의 시선이 나오는 배경이다.
맨유의 사례는 구단 운영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아무리 좋은 사령탑과 선수가 있어도 구단이 중심을 못 잡으면 팀의 근간도 흔들린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맨유가 선수 영입과 스포츠 방향성, 그리고 인내심을 제대로 조화시키지 못하면 명성에 상관없이 모든 신임 감독은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악순환이 이어졌다. 사령탑이 자주 바뀌면서 구단의 축구 철학이 팀에 녹아들 틈이 없었다. 선수들은 매번 새 감독의 전술과 전략에 적응해야 했다. 결국 성적은 점점 떨어졌다. 지난 시즌 리그 15위에 머물며 1973~1974시즌 이후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한국 축구에도 교훈을 남긴다. 아시아 최강 자리를 일본에 넘겨준 건 이미 오래 전이다. 그마저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그 사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은 최근 한국인 사령탑을 영입하면서 가파르게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동 역시 만만치 않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막을 내린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이 대표적이다. 이민성 감독이 이끈 한국은 4강에서는 두 살 어린 일본에 패했고 3-4위전에서는 한 수 아래 베트남에도 졌다.
감독 한 명의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 결국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대표팀을 관할하는 대한축구협회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여전히 미흡하다. 협회는 2024년 6월 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안을 담은 ‘MIK(Made In Korea)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성인 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을 원하게 연계해 장기적으로 강력한 팀을 만든다는 것이 골자였다. 2005년 일본축구협회가 2050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내건 ‘재팬스 웨이’ 프로젝트보다 20년 가까이 늦었다. 이번 U-23 아시안컵 결과에서 보듯, 이마저도 현장에서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의문이 나온다.
더 이상 늦춰지면 안 된다. 한국 축구의 방향성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지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아시안컵에서의 실패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반성해야 한다. 맨유가 그랬듯 축구협회가 위에서부터 중심을 못 잡을수록, 한국 축구의 위기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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