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축제 카운트다운②] 동계올림픽 코앞인데… 흔들리는 빙상연맹, 국감서 “관리단체 지정하라” 수모

박세우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 국정감사에서 현안 관련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중심을 잡아줘야 할 대한빙상경기연맹이 흔들리고 있다.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해도 모자란 타이밍에 내외부 잡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빙상계 쇄신’은 온데간데없다.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빙상연맹은 각종 비리 사건과 반복되는 (성)폭력 문제 등으로 체면을 구겼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상태로는 내년 올림픽 준비가 불가능하다”며 “대한체육회가 빙상연맹을 관리 단체로 지정해 모든 권한을 체육회가 통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 자리를 두고 졸속 행정이 드러났다. 빙상연맹은 지난 5월 국제대회 기간 식사비 공금 처리 관리 문제를 이유로 윤재명 감독과 A코치에게 각각 자격정지 1개월,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그리고 지난 8월 급하게 임시 총감독으로 김선태 이사를 선임했다. 하지만 김 이사는 2019년 대표팀 감독 시절 코치-선수 성폭행 사태와 관련해 거짓 보고 및 사건 은폐, 선수단 관리 소홀 등의 사유로 1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대한체육회가 규정하는 감독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

박세우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 국정감사에서 현안 관련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서울 이랜드 FC 제공

 끝이 아니다. 빙상연맹은 김 이사에게 사임 권고를 했고, 대한체육회 공정위원회 재심의를 통해 지위를 회복한 윤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겼다. 사임 권고를 받은 김 이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박세우 빙상연맹 전무이사는 “선수들을 전체적으로 모아서 면담을 진행했고, 면담 내용에서 심각한 지도자 문제가 나왔다. 이들과 올림픽을 시작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해임을 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손솔 진보당 의원은 “수개월째 사람을 찍어내는 데 시간과 돈을 들이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애꿎은 선수들만 피해를 본다. 전술적 코칭이 정교하게 필요한 시점에서 선수들은 지도자 문제로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 사이에선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훈련장 분위기마저 위축되는 상황이다.

 

 당장 올림픽을 앞둔 가운데 능력 없는 연맹에게 국가대표 선수들을 맡길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연맹의 모든 권리 및 권한이 즉시 정지되며, 체육회가 연맹의 전반적인 업무를 맡아 처리하게 된다. 연맹 임원 및 관계자는 연맹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도 없다.

 

 빙상연맹의 혼란이 결국 선수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선수들에게 필요한 건 책임 있는 지도력과 투명한 운영이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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