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워너원에서 CIX 멤버로, 그리고 데뷔 8년여 만에 홀로서기에 나섰다. 순수하고 앳된 얼굴의 배진영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꽤 파격적인 변신이다. 억눌렀던 모든 것을 표출한 스틸 영(STILL YOUNG)은 가수 배진영이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던 진짜 얼굴이다.
배진영이 15일 발표한 첫 미니앨범 스틸 영에는 배진영의 변함없는 열정(STILL)과 다져온 실력(STEEL), 젊음의 패기와 도전 정신(YOUNG), 그리고 초심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시작(0)의 의미를 담았다. 알앤비, 힙합, 팝 등 다양한 장르의 수록곡을 채웠다. 타이틀곡 라운드 앤드 라운드(Round&Round)는 빠져들 수밖에 없는 밤의 순간을 노래한 얼터너티브 힙합곡이다.
엠넷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2017년 그룹 워너원으로 데뷔한 배진영은 2019년 프로젝트 기간을 끝내고 당시 소속사 C9의 신인 보이그룹 CIX의 멤버로 데뷔했다. 지난해 전속계약 종료 이후 CIX를 탈퇴했고, 새 둥지를 찾아 솔로 가수로 첫발을 내디뎠다.
첫 단추를 끼우기에 앞서 부담감도 앞섰다. 깊게 생각하기보단 쉽게, 내가 들어도 신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찾아가고자 방향을 설정했다. 최근 인터뷰로 만난 배진영은 “내적인 흥을 유발하는 노래를 해보고 싶었다. 원래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악이었지만, 그룹 활동을 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없었던 이유도 있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두 그룹을 거쳐 활동했다. 많은 경험을 거쳤고 무대에 대한 간절함, 멤버들의 소중함도 느꼈다. 얼굴과 이름을 알렸지만, 온전히 하고 싶은 음악을 해보지 못했다는 답답함이 남아 있었다. 배진영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표하는 앨범인 만큼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 무대에 설 준비를 마쳤다. 실력뿐 아니라 가수 배진영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다. 그는 “가수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한 만큼, 한 번쯤은 내가 원하는 음악과 무대를 해보고 싶었다. 내가 가진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홀로서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앨범 홍보부터 시작해 각종 챌린지와 음악방송 무대 등의 일정까지 멤버들과 나누어 했던 일들을 스스로 해내야 한다. ‘혼자’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그를 바꿔놓았다. 가수 배진영보다 사람 배진영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닫고 살았다면 지금은 많이 열렸다. 평소엔 사람도 잘 만나지 않았지만,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지인들과의 만남의 빈도도 늘렸다.

기존에 타이틀로 점 찍어둔 곡이 있었지만, 보다 깊은 분위기의 곡이라 회사와 상의 끝에 대중성을 택했다. 대신 개인의 취향을 반영해 힙합 장르의 타이틀곡을 택했다. 비주얼도 깜짝 놀랄 만큼 파격적이다. 잘할 수 있는 장르와 스타일링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다른 것에 구애받지 않고 그때그때 내가 느끼는 감정, 내가 가진 이야기에 따라 곡을 선정하고 싶다”고 했다.
팬도, 지인들도 예상치 못했던 콘셉트다. 배진영 하면 선이 긴 안무, 섹시함을 가미한 퍼포먼스를 먼저 떠오른다. 배진영은 이렇듯 예상되는 무대를 하고 싶지 않았고 그의 계획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과감한 도전에 주위의 반응도 만족스럽다. 그는 “데뷔한 지 8년이나 됐는데, 남의 눈치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어떤 모습이라도 ‘이게 나예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줏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하고 싶은 건 해야 하는 성격. 억누르고 있던 욕망을 힘껏 표출한 앨범이다. 즐기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는 배진영이, 좋아하는 것으로 똘똘 뭉쳐 무대에 오르니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부터 그루브, 안무팀과의 합까지 풍성하게 나온다. 아이돌 그룹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칼군무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한 모습이 절로 나온다.
주도권을 가지고 앨범 전반에 목소리를 냈다. 배진영은 “만드는 과정은 힘들지만 성취감이 컸다. 나만의 해석법으로 퍼포먼스와 분위기를 만들었다”며 “순위나 결과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작업하면 그걸로 만족스럽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다. 세상에 있는 모든 걸 해보고 싶다”고 솔로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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