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최소 절개로 통증과 합병증을 줄이는 척추 내시경 수술은 한국이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과거 ‘두려운 수술’에서 이제는 ‘회복의 수술’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죠.”(김경준 부산힘찬병원 신경외과 척추센터장·사진)

허리 통증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요통은 현대인의 대표적인 고질병이다. 책상에 앉아 보내는 유년기와 학창시절, 여전히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는 직장생활을 거치다보면 요통은 장년층에게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실제 성인 인구의 80%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 심한 요통을 겪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척추 질환 진료 인원은 2020년 891만명에서 2023년 959만명으로 최근 3년 새 68만명 늘었다.
환자들은 ‘수술이 필요한 것 아닐까’ 고민하면서도 선뜻 마음먹지 못한다. 아무래도 ‘허리수술=큰 수술’이라는 부담감에서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과거엔 큰 절개와 오랜 회복이 불가피했지만 최근엔 7㎜ 구멍만 내도 가능한 내시경 수술이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소 절개로 통증과 합병증을 줄이는 ‘척추 내시경 수술’의 현주소와 전망에 대해 김경준 부산힘찬병원 신경외과 척추센터장에게 물었다.
-척추 질환 환자, 꾸준히 증가세다.
“고령화,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습관,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척추에 부담이 가는 자세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를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아무래도 ‘남들 다 겪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장년층은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치료를 미루기도 한다. 증상이 악화된 상태로 병원을 찾는 사례도 적지 않다.”
-요통의 주요 원인 질환은 무엇인가.
“척추관협착증과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를 들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주변 인대와 뼈가 두꺼워지는 등의 퇴행성 변화로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며 통증을 유발한다. 허리디스크는 척추 뼈 사이의 디스크가 밖으로 돌출되면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일으킨다.”
-허리가 아파도 수술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환자가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과거에는 척추 수술 시 넓은 절개와 조직 손상이 불가피했다보니 그런 이미지가 생긴 듯하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해부학과 생역학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수술 장비·현미경·내시경 기술, 영상 촬영 기법 등이 개발되면서 최근에는 최소 침습 수술이 보편화됐다. 이같은 수술 방식은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출혈량을 줄이고 뼈·근육·인대 등 주변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해 수술 후 통증과 합병증 위험을 낮추며 고령 환자의 부담도 줄인다. 대표적으로 척추 내시경 수술을 들 수 있다.
이는 척추 질환 치료에 폭넓게 활용된다. 2000년대 이후 내시경 기구와 수술 도구가 발전하면서 척추 내시경을 활용해 복잡한 수술도 가능해졌다. 기존 미세현미경 수술도 절개 부위를 크게 줄였지만 내시경 수술이 보편화되면서 고령 환자도 비교적 부담 없이 안전하게 받을 수 있게 됐다.”

-어떤 경우에 척추 내시경 수술을 고려해야 하나.
“급성 요통이나 가벼운 디스크 탈출증은 주사 치료만으로 호전되기도 한다. 하지만 심한 통증이 지속되거나 마비 증상이 나타나거나 통증이 반복되고 주사 치료 효과가 미흡할 때는 내시경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환자의 상태, 증상 정도, 영상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전문의와 상담 후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발목에 힘이 빠지거나 ▲몸을 가누기 어려운 심한 요통 ▲다리 쪽으로 뻗치는 방사통이 있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MRI로 신경 압박 부위가 확인되면 보존적 치료로는 해결이 어렵고 수술적 치료가 요구된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수술할 부위에 작은 구멍을 내고 내시경과 수술 기구를 넣어 모니터로 확인하면서 튀어나온 디스크 병변을 제거하거나 좁아진 척추관을 넓히는 방식이다. 화면에 나타나는 수술 부위의 선명도가 기존보다 약 40배 높아져 정상 조직과 병변을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다.
피부 절개 없이 7~8㎜ 정도의 구멍을 통해 최소 절개로 시행하기 때문에 근육과 인대 손상이 적어 회복이 빠르다.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 부담이 대폭 줄었지만 그만큼 섬세한 기술이 필요한 까다로운 수술이라 의료진의 풍부한 임상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척추 내시경으로 가능한 수술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대부분의 퇴행성 척추 질환을 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본다. 과거엔 5~10㎝의 큰 절개가 필요했던 질환도 숙련된 의료진의 내시경 수술로 최소 침습적으로 치료가 가능해졌다. 다만 악성 척추 종양이나 심한 척추 변형 등 일부 질환은 여전히 미세현미경 수술이 필요하다.
현재 기본 감압술이나 추간판 탈출증 수술은 내시경으로 깔끔하고 안전하게 진행된다. 특히 유착이 심하고 해부학적 구조가 무너진 재발성 병변 수술 시 내시경의 장점이 극대화된다. 시야가 넓고 밝기 때문에 정상 조직과 유착 조직의 경계를 세밀히 구분해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
-내시경 유합술도 가능하다 들었다.
그렇다. 척추 유합술은 불안정한 척추뼈를 고정해주는 비교적 큰 수술이다. 목적은 두 개의 불안정한 뼈를 단단히 붙이는 것이다. 과거엔 나사고정 요추 유합술은 내시경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최근 연구로 기존 절개 유합술과 유사한 안정성과 결과가 입증됐다. 내시경을 활용한 유합술이 기존 절개 수술을 대체하는 상황이다. 국내 의료진이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외국 의사들이 배우러 오는 이유다.
내시경 유합술의 가장 큰 장점은 감염 확률이 거의 없고 수혈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기존 현미경 유합술은 절개와 절제 범위가 넓어 수혈이 필요했고, 공기 노출로 인한 감염 위험도 있었다. 그러나 내시경 유합술은 수혈이 거의 필요 없고 감염률도 ‘제로’에 가깝다.
숙련된 의료진이라면 너비 15~18㎜, 길이 40~50㎜의 큰 케이지(뼈기둥) 삽입도 가능하다. 큰 케이지를 넣으면 수술 부위 붕괴를 방지하고 유합률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감압과 신경 견인 술기가 완벽해야 한다.”
-수술 성공의 핵심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이다. 내시경은 단지 수술 기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무조건 ‘내시경’이 좋은 게 아니다. 환자 상태를 세밀히 평가해 수술이 필요한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수술이 불가피하다면 최소 침습적으로 통증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내시경 수술이 가장 합리적이다. 다만 좁은 시야에서 정밀하게 시행되는 고난도 수술이므로 집도의의 숙련도가 중요하다. 최소 수백 건의 경험과 미세현미경 수술 술기를 갖춰야 한다. 이밖에 수술실 감염 방지 시스템, 스태프 팀워크도 성공을 좌우한다. 의사의 실력은 결국 팀워크 위에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평소 척추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알려달라.
“척추 건강은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평소 바른 자세와 규칙적인 스트레칭, 근력 운동으로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게 기본이다. 체중을 관리하고 금연해야 한다. 흡연은 혈류를 떨어뜨려 디스크 퇴행을 가속한다.
무엇보다 통증이 반복되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마비 증상이 나타나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고령화 시대에 척추 질환은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수술받는 것 자체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최소침습 척추 내시경 수술의 발전 덕분에 두려움이 아닌 회복의 수술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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