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망가지면 허리도 아프다?... 보상 작용이 만드는 ‘연쇄 통증’

나이가 들수록 여기저기 아픈 부위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흔히들 한다. 특히 허리와 무릎의 통증을 동시에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얼핏 보기엔 단순히 노화가 원인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알고 보면 우리 몸의 보상 작용이 원인일 수 있다.  

 

보상 작용은 한 부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부위가 그 기능을 대신하려고 무리를 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평소 우리가 걷고 움직일 때에는 척추와 골반, 무릎이 서로 균형을 맞춘 상태다. 이 상태에서 만약 무릎에 문제가 생기면 척추와 골반이 그 손실을 보완하려 무리하게 된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에도 부담이 쌓이게 되고, 결국 통증으로 이어진다.

 

척추관협착증과 퇴행성 무릎관절염처럼 고령층에서 동시에 나타나기 쉬운 질환들도 이러한 보상 작용의 대표적인 예다.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면서 통증이 다리로 내려가게 되는데, 이를 무릎 통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무릎 관절이 망가져 걸음걸이가 바뀌면 체중이 비정상적으로 분산되면서 허리에 악영향을 주고 척추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때도 환자 본인이 스스로 증상의 시작점이나 원인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만을 보고 병의 원인을 판단한다. 허리가 아프면 디스크일 거라 생각하고, 무릎이 아프면 관절염이라고 단정한다. 하지만 허리 통증의 진짜 원인이 무릎에 있을 수도 있고, 무릎 통증의 원인이 허리일 수도 있다.

 

신경이 압박된 위치나 체중 분산이 변형된 형태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와 원인이 되는 부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히 통증이 나타난 부위만 가지고 상태를 진단해서는 안 된다. 단편적인 검사 결과에 의존해서는 치료 방향이 어긋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통증의 위치가 아니라 전신의 움직임과 자세, 체형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보행이 불편한 정도로 진행된 환자들의 경우, 척추 질환인지 무릎 질환인지 구분하려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허리를 굽혔을 때 통증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면 척추관협착증일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무릎을 구부리거나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무릎 관절염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 두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치료해서는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환자가 고령일수록 이런 중복 질환이나 연쇄적인 보상 작용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나이가 들며 신체의 전반적인 균형과 근력이 약화되고, 한 부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부위가 이를 감당할 여력도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허리 통증이 생겼다면, 무릎까지 같이 점검해야 하고, 반대로 무릎에 이상이 있다면 척추 상태도 확인해야 한다. 한 부위에 집중된 치료만으로는 일상 회복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이재우 금정 산본척척통증의학과 원장은 “통증은 단순히 나타나는 부위를 기준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보상 작용에 의한 연쇄 반응을 이해하고, 통증의 근본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만 제대로 된 회복이 가능하다. 정밀검사와 함께 체형 분석, 근골격계의 연관성까지 고려한 진단이 이뤄져야 근본적인 치료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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