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의 연속…KBO 신인드래프트, TOP3에 야수만 2명 ‘6년 만’

사진=김두홍 기자

“빨리 1군에서 뵙겠습니다.”

 

미래의 야구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8.72%의 바늘구멍을 뚫고 프로 문을 두드린다. KBO 신인드래프트가 17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렸다. 전면 드래프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1라운드부터 11라운드까지며, 지난해 구단 순위 역순으로 이뤄진다. 단, 규약에 따라 드래프트 지명권 트레이드가 가능하다. 키움의 경우 KIA(조상우)로부터 1,4라운드 지명권을 건네받았다. NC는 한화(손아섭)와 SSG(김성욱)에게 각각 3라운드 4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전체 1순위는 모두의 예상대로였다. 키움의 선택은 우완 투수 박준현(천안북일고)이었다. 야구인 2세로도 잘 알려져 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박석민 전 두산 코치의 아들이다. 일찌감치 김성준(광주제일고), 문서준(장충고)과 함께 최대어로 분류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로부터 러브콜(최대 200만 달러)을 받았지만 고민 끝에 국내 잔류를 택했다. 아빠의 야구센스를 그대로 이어받은 가운데 잠재력은 더 높다는 평가다. 최고 157㎞에 빠른 공을 가지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오랫동안 기다렸던 순간일 터. 아버지와 나란히 무대에 올랐다. 키움 유니폼과 모자를 건네받은 박준현은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주변 분들에 감사함을 전하며 “야구 시작하면서 전체 1순위가 목표였다. 이루게 해주신 키움 관계자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오히려 아버지 박 전 코치가 눈물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박 코치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왔는데, 막상 서니 눈물이 난다. 야구인 2세로서 힘들었을 텐데 잘 커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2순위부터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웠다. 그간 최상위 순번에서 투수가 강세를 보여 왔다. 올해는 특히 오른손 투수 쪽에서 눈에 띄는 자원이 많았던 상황. 우완 빅5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그쪽으로 초점을 맞춘 배경이다. 이변의 연속이었다. NC는 마지막까지 고심했다. 현장에서도 한 차례 미팅을 가졌을 정도. 그 결과 내야수 신재인(유신고)을 택했다. 이어 3순위 지명권을 가진 한화 역시 야수를 택했다. 외야수 오재원(유신고)이었다.

 

사진=김두홍 기자

 

역대 KBO 신인드래프트서 톱3에 야수가 2명이나 포진한 것은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당시 삼성이 2순위로 내야수 이학주를, 한화가 3순위로 내야수 노시환의 이름을 부른 바 있다. 당사자인 선수는 물론, 부모들도 놀란 눈치였다. 오재원은 “이렇게 빨리 지명될 줄은 정말 상상 못했다”고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신재인의 아버지는 “칭찬에 인색한 편인데, 이 자리를 빌려 아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재인이 엄마도 고생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올해 KBO 신인드래프트엔 총 1261명이 참가했다. 고교 졸업 예정자 930명을 비롯해 대학교 졸업 예정자 261명, 얼리 드래프트 신청자 51명, 해외 아마 및 프로 출신 등이었다. 10개 구단 모두가 지명권을 행사, 110명이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대학 선수들 중에선 16명이 선택을 받았다. 얼리드래프트는 두산의 호명을 받은 투수 서준오(한양대)가 유일하다. 야구 예능프로그램 ‘불꽃야구’서 활약 중인 내야수 임상우(단국대)는 4라운드(전체 36순위)로 KT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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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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