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인터뷰] ‘살인자 리포트’ 정성일 “선악이 공존하는 얼굴이 내 무기”

배우 정성일.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정성일이 첫 스크린 주연작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또 하나의 필모그래피를 완성했다. 섬세한 인물 표현으로 작품마다 ‘얼굴을 갈아 끼운다’는 평가를 받아온 배우다.

 

정성일은 11일 영화 살인자 리포트를 선보인 소감에 대해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에 참여한다는 건 부담도 되지만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들뜨기보단 덤덤하게 받아들였다”면서 “홍보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다. 유튜브에도 출연했고 이번에 예능 촬영도 여러 번 하다 보니까 나름 재밌었다”고 말했다.

 

살인자 리포트는 특종에 목마른 베테랑 기자 백선주(조여정)에게 정신과 의사 이영훈(정성일)이 연쇄 살인을 고백하는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훈은 자신이 11명을 죽인 연쇄 살인범이라 주장하며 인터뷰를 멈추면 또 한 명이 살해될 것이라고 협박한다.

 

정성일은 속내를 감춘 포커페이스와 절제된 감정 연기로 팽팽한 긴장감과 몰입을 끌어낸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밀실이 주는 압도감과 함께 흡입력 있는 연기와 중저음의 보이스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살인자 리포트 스틸컷. 소니 픽쳐스 제공

계속해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대본이 작품으로 이끌었다. 정성일은 “대본을 받자마자 바로 한다고 답했다. 공연 연습 중에 대본을 봤는데 이야기의 뒤가 궁금해서 점심시간도 포기하고 끝까지 읽었다”며 “그 후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연쇄 살인범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20대 때 누나가 의료사고 비슷한 일을 겪어 병원에서 소동을 벌인 적이 있는데, 만약 누나가 잘못됐다면 나도 그럴 수 있겠다는 공감은 되더라. 그 분노를 실행에 옮기느냐 안 옮기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내가 느꼈던 사례나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찾아봤다”고 말했다.

 

영화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밀도 있게 전개된다. 정성일과 조여정 두 배우의 치밀한 연기가 핵심이다. 정성일은 “밀실 안에서 이뤄지는 새로운 형식의 스토리다. 체스나 바둑처럼 상대방 수를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에 대한 예측을 계속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하게 만든다. 아마 관객도 그렇게 이입해서 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배우 정성일.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앞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와 영화 전,란에서도 이중적인 면을 가진 인물을 완벽히 소화해 주목받았다. 선과 악이 교차하는 이미지가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정성일은 “친한 박경목 감독님이 ‘너는 얼굴에 선함과 악함이 공존해 좋다’고 한 적이 있다. 대놓고 착하거나 나쁜 단면적인 모습이 아니라서 나 역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이중적인 면을 드러낼 수 있을까를 따로 고민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만 디즈니+ 트리거를 시작으로 하반기 공개 예정인 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까지 종횡무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걱정이 있을까.

 

그는 “정말 수많은 오디션을 봤었는데 더 글로리 이후 이제는 오디션을 안 봐도 된다. 이제야 정규직이 된 느낌”이라며 “그럼에도 배우는 불안한 직업이다. 누군가에게 쓰임을 받아야 하고, 원하는 부분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작품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늘 생각한다. 많은 배우들이 걱정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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