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2연승 가왕’ 채보훈 “부모님께 말 안하고 출연…기뻐하시던 목소리 아직도 기억 남아요”

'복면가왕' 양파 꺾고 2연승 가왕 차지한 악귀 쫓는 호랑이
'슈퍼밴드' 퍼플레인으로 최종 3위, 싱어게인3 톱10 등
"결과 떠나서 만족스러웠던 복면가왕...다음날엔 아쉽더라"
"정규앨범 준비중...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뮤지션 되고파"
MBC ‘복면가왕’에 악귀 쫓는 호랑이로 출연해 2연승 가왕 자리에 오른 더베인 채보훈. 사진=MBC

 

호랑이 가면에 어울리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강한 호소력으로 순식간에 심사위원은 물론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복면가왕’(MBC) 역대 74번째 가왕의 주인공 ‘악귀 쫓는 호랑이’ 밴드 더베인의 채보훈이다. 채보훈은 첫 등장부터 김민종의 ‘하늘 아래서’, 하동균의 ‘From Mark’,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부르며 R&B 여제 양파를 꺾고 왕좌에 올랐다.

 

2012년 대학가요제 은상을 시작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채보훈은 그동안 1인조 록밴드 더베인, ‘슈퍼밴드’(JTBC)를 통해 결성된 밴드 퍼플레인 등으로 꾸준히 활동하며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구축해 왔다. 이후에도 ‘싱어게인3’(JTBC)에서 톱10에 오르는 등 능력을 인정받은 채보훈은 ‘복면가왕’에서 2연승 가왕을 차지하며 활약에 정점을 찍었다. 

 

채보훈. 사진=본인 제공

 

아쉽게도 지난 방송에서 가왕으로서의 여정은 끝이 났지만 시청자들은 그의 압도적인 에너지와 무대를 향한 진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방송이 끝나고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한 자신의 연습실에서 스포츠월드와 만난 채보훈은 후련한 표정이었다.

 

그는 “올해가 더베인의 10주년이었다. 그게 걸맞게 좋은 이벤트가 된 것 같아서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방송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저의 스타일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가 갑자기 가왕이라는 자리를 얻게 돼서 너무 행복했던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무대를 마치고 나서는 결과를 떠나서 상당히 만족스러웠지만 다음 날 일어나니까 막상 아쉽더라”라고 웃었다. 

 

5연승 중이던 양파의 장기 집권을 막아내고 올해 첫 남성 가왕이 됐다. 채보훈은 “이왕이면 가왕을 해보자는 마음도 있었지만 대결을 해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었다”며 “저는 상대가 누군지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도전하다 보니까 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떠올렸다. 

가왕 등극의 순간은 환희 그 자체였다. 채보훈은 “대학가요제에서 상을 타면서 데뷔한 이후로는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성취감의 성적을 얻지는 못했던 것 같다. 기대를 하지만 안 되는 것에 익숙해진 상황이었다”며 “밴드 10주년에 와서 제가 원했던 순간을 맞이해서 기분이 특히 좋았다”고 이번 경험이 뜻깊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아들의 꿈을 출발선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응원해 주는 부모님의 반응이 무엇보다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순탄치만은 않은 아들의 음악 활동을 내심 걱정하면서도 절대 티 내지 않는 부모님이다. 그는 “이번에 가왕이 되고 난 뒤에 부모님이 기뻐하시면서 전화를 하셨는데 그 목소리가 기억에 제일 많이 남는다. 잘 됐다면서 축하해 주시는데 그 어느 때보다도 밝은 목소리를 듣게 돼서 기분이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방송이 나가기 전까지 채보훈은 부모님에게 ‘복면가왕’ 출연을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우연히 지난 회차 방송을 챙겨본 부모님이 먼저 알아채고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럼에도 채보훈은 끝까지 아니라고 시치미를 떼면서 본방송 날에 “오늘 방송 보시면 재밌으실 것”이라고 넌지시 말을 꺼냈다고. 

 

채보훈은 “원래는 방송 이후에 어머니한테 클립 영상 보내드리면서 ‘나랑 비슷한 것 같은데 한번 볼래’ 하면서 보여드리려 했다. 사실 옛날부터 부모님이랑 자주 보던 방송이었는데 여전히 계속 보고 계시더라. 그래서 걸렸다”고 웃었다.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마음으로 모든 무대를 진심으로 준비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마지막 방송에서 부른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다. 결국 패배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이 무대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채보훈은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제 마음가짐이나 생각을 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감사의 마음을 많이 담은 무대였다. 잘 준비한 만큼 소화도 잘해낸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유독 김현식 선배님을 많이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많이 들었다. 그래서 선배님 노래를 할 때는 어느 때보다도 더 헌정의 느낌을 많이 가지는데 이번에도 그런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서 불렀다”며 “아무래도 선배님의 유작으로 남아 있는 곡이다 보니 쓸쓸한 정서가 묻어 있는데 저는 리스너로서의 마음을 담아서 그는 떠났지만 언제나 우리 곁에 그 노래가 남아 있다는 마음을 불러보고 싶었다. 그래서 쓸쓸한 정서를 빼고 후반부를 따뜻하게 채워보자는 마음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 출연 전 직접 복면을 만들어서까지 노래를 연습했다는 채보훈은 “제가 생각하고 만들었던 복면이 더 빡빡하고 힘든 환경이어서 실제로 현장에서 썼던 호랑이 가면이 저한테는 오히려 편했다”고 웃었다. 이어 “가면 속에 있는 저를 아무도 모르다 보니까 더 자유로움을 느꼈다. 무대를 하는 내내 이렇게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서 오히려 준비했을 때보다 더 잘했다. 관객이 있을 때 긴장이 안 되는 것 같다. 오늘 내가 놀아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노래했다”고 첫 무대를 떠올렸다. 

 

채보훈은 “무대에서 저다운 저를 보여줬을 때 가장 반응이 좋다는 것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이 느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다운 걸 다 보여주고 내려온 느낌이라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 앞으로 음악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라고 이번 복면가왕 출연의 의의를 강조했다. 

 

 

대학가요제를 통해 혜성같이 등장한 뒤 이후 ‘너의 목소리가 보여’·‘듀엣가요제’·‘슈퍼밴드’·‘불후의 명곡’·‘싱어게인’ 등 숱한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자칫 부담일 수도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누구보다 즐긴 이유는 당대 음악인들의 교류의 장이라고 생각해서다. 채보훈은 “저를 보여주고 오면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매체를 통해서 대중에 저를 자주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해서 그간 많이 나갔는데 이제 아마 나갈 수 있는 게 더 이상은 없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그는 “계속 거듭되다 보니까 이 다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너무 경연 속에서만 살고 있는 사람으로 비칠까 봐 그만해야겠다는 시점이 왔던 찰나에 마지막으로 복면가왕을 나오게 됐다”며 “앞으로 음악을 하면서도 대중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뭐든지 서슴없이 해볼 생각이지만 이제는 방법을 바꿔봐야겠다는 생각도 있다. 그래서 요즘 고민이 많다”고 속마음을 꺼냈다.  

 

다만 모든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선배들의 곡을 갖고 즐거운 마음으로 서로 경연하는 프로그램은 언제나 환영이다. 채보훈은 “예능이라는 게 사실 승부가 있어야 사람들도 재미를 느끼지 않나. 음악이 사실 승부를 하는 건 아닌데 오락으로 만들어서 승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여전히 재밌는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게임에 뛰어들어서 하나의 캐릭터가 된다는 게 재밌어서 경연은 기회가 있으면 재미있게 할 것 같다”며 “다만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제 시작하고 있는 친구들의 자리를 제가 가져가 버리게 되는 것 같아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음악을 시작한 지 어느덧 10여년이 넘었다. 그동안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갔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힘이 빠지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를 다시 올려다 준 건 무대와 팬들이었다.

 

“오랫동안 음악을 하다 보니 이 행위에 대해 정적인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나는 계속 무언가를 해내고 있는데 근데 나의 상황들이 되게 정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어느 순간 드문드문 들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더 생각하지 말고 무대 위로 올라가자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무대 위에 올라가서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이랑 같이 에너지를 주고받다 보면 제가 정적이라고 느꼈던 애매한 감정을 반성하기도 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또 다음 걸 해보자 하면서 계속해서 그렇게 지내오다 보니까 이렇게 10여년이 지나왔어요.”

 

“아무래도 록 음악 자체가 비주류의 음악이기도 하고 국내에서 특히 다가가기 어려운 음악일 수는 있지만 가장 아티스트다운 걸 꺼낼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저다운 것을 발견하고 찾아낼 때 그게 또 음악으로 나오는 것 같고 그래서 그런 시간을 가지는 것에 많은 공을 들였던 것 같아요.”

더베인 데뷔 10주년을 의미 있게 장식하고 있는 채보훈은 여기에 더해 정규 앨범도 준비 중이다. 그는 “빠르면 올해 내보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내년 상반기 정도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꿈에 관한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을 것 같고 음악 방향성은 더 거칠고 강력하고 더 날것의 음악을 해보자는 마음가짐이다. 록 음악의 본질에 가까운 것들을 만들어보자는 것에서 시작됐다”고 귀띔했다.

 

 

앨범 준비와 더불어 전국 투어와 신곡 발표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공연을 통해 매달 새로운 곡을 선보이고 있으며 이 노래들이 정규 앨범에 실릴 전망이다. 장르 또한 록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꺼내 팝 음악으로도 음악적 역량을 뽐내고 있다. 최근에는 ‘싱어게인3’에서 인연을 맺은 임지수의 부탁을 받아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 자신이 작업한 ‘DEJA VU’를 임지수에게 선물했고 듀엣으로 합을 맞췄다.

지난해에는 YDYD라는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 디스코 펑크 음악에 도전했다. 벌써 3곡의 노래를 발매했다. 채보훈은 “록 음악만 작업하다 보면 중간에 다른 곡들이 나올 때가 있다. 더베인으로 보여주기에는 색깔이 안 맞고 아쉬운 곡들이 있어서 그런 스타일의 음악을 모아서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다. 노는 재미를 많이 느껴서 아마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대중에게 어떤 가수이고 싶은지 묻자 그는 “예전에는 무대에 올라가고 싶어서 늘 꿈의 대상이었다. 요즘은 여전히 무대가 꿈이지만 나아가 그 무대 위에서 더 오래 서 있고 싶다.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사람들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낮은 지점에 있을 때 저의 음악이 다시 올라가라고 힘을 줄 수 있는 뮤지션이고 싶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아울러 “목소리가 나오는 이상 끝까지 노래하고 싶다. 그 마지막 목소리까지도 멋지게 기억될 수 있는 그런 뮤지션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인터뷰하고 있는 연습실 공간을 두고 채보훈은 “올해 이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에 사람들이 많이 와서 저의 이야기들도 많이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람들에게 저를 숨기기보다는 더 가까이 가고 싶어서 작업실 겸 공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기서 토크 콘서트나 어쿠스틱 공연 등 소통을 많이 하고 일상을 나눌 수 있는, 대중과 가까운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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