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레이 코트를 평정하던 이가 시비옹테크(세계랭킹 4위·폴란드)가 푸르른 잔디 위까지 제패했다.
시비옹테크는 13일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어맨다 아니시모바(12위·미국)와의 윔블던 테니스대회(총상금 5천350만파운드·약 997억원) 결승에서 2-0(6-0 6-0)으로 완승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시비옹테크의 통산 6번째 메이저 단식 우승이다. 앞서 프랑스오픈 4회 우승, US오픈 1회 우승을 빚었다. 지난해 6월 프랑스오픈 우승 이후 8월에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왔고 프랑스오픈 4연패도 좌절되는 등 고난길을 보냈지만, 절치부심 끝에 1년 만의 귀중한 트로피를 품으며 부활 기지개를 켰다.
무엇보다 이번 우승에는 시비옹테크가 더 이상 코트를 가리지 않는다는 중요한 의미가 담겼다. 커리어 내내 잔디코트와 연이 없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이상급 대회 단식에서 22번의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 중 하드코트 대회가 12번, 클레이코트 대회가 10번이었다. 늘 강력함을 보여온 프랑스오픈은 대표적인 클레이코트 대회다. 코트별 승률도 클레이-하드-잔디 코트 순이다. ‘클레이코트의 여왕’ 타이틀에는 잔디 코트에서의 약점에 대한 의미도 포함될 수밖에 없다.

극복해냈다.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바트 홈부르크오픈 준우승으로 잔디 코트 자신감을 충전했다. 그리고 이번 윔블던에서 종전 최고 성적(2023년 8강)을 가볍게 뛰어넘는 우승으로 방점을 찍었다. 통산 8번째이자 현역으로는 유일하게 클레이-하드-잔디 메이저 대회 단식을 모두 휩쓴 선수가 됐다.
대기록은 끝없이 이어졌다. 폴란드 선수 최초의 윔블던 우승 그리고 은퇴한 마거릿 코트(호주), 모니카 셀레스(미국) 이후 역대 3번째 메이저 대회 결승 6전 전승 등을 쏟아냈다. 또한 이날 승리로 2004년 세레나 윌리엄스(미국·116경기) 다음 가는 최소 경기 메이저 대회 통산 100승(20패)까지 달성해냈다.
압도적인 경기력은 보너스였다. 동갑내기 아니시모바를 맞아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으며 단 58분 만에 퍼펙트 승리를 펼쳐 보였다. 1911년 윔블던 대회에서 도로시 체임버스가 도라 부스비(이상 영국)를 6-0, 6-0으로 꺾은 후, 114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메이저 대회 전체로 확장하면 1988년 프랑스 오픈 결승에서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나타샤 즈베레바(당시 소련)를 6-0, 6-0으로 제압한 이후 37년 만이다.

시비옹테크는 우승을 확정 짓고 임한 현지 인터뷰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우승이다. 매 순간을 즐기고 있고, 나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다. 우여곡절 끝에 이렇게 우승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롤랑가로스(프랑스오픈 개최 구장)에서는 매년 자신감이 있지만 여기(윔블던)서는 확신이 없었다”며 “잔디 코트에서 열리는 대회가 예상 못 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는 소감도 덧붙였다.
왕좌에 오른 시비옹테크는 9월 중순 서울에서 열리는 WTA 투어 코리아오픈에 출전해 한국 팬들과 특별한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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