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맏형 XC90가 6년 만에 상품성을 개선해 돌아왔다. XC90는 2016년 ‘토르의 망치’를 닮은 주간 주행등을 달고 나와 안전과 튼튼함을 어필 성공했던 바 있다. 이어 2019년 부분변경에 이어 이번에 또한번 새로운 얼굴로 고객들을 맞이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출발해 인천 영종도의 한 카페까지, 왕복 약 140㎞를 달린 이번 시승에서 볼보 XC90 B6 AWD 울트라 트림은 단순한 이동 수단 그 이상이었다. 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에 포근히 감싸였다.

가장 인상적인 건 단연 주행 질감이었다. 고속 주행 구간에서 XC90은 마치 비단 위를 미끄러지듯 매끄럽게 달렸다. 노면의 요철은 걸러졌고 차체는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그 중심엔 에어서스펜션이 있었다.
서스펜션은 운전자의 스타일에 맞춰 부드러움과 ‘단단함 중 선택 가능하다. ‘부드러움’을 선택하니 과속방지턱을 넘는 순간에도 충격이 전혀 날카롭지 않았다. 마치 쿠션 위를 지나는 느낌이었다. 볼보차코리아 이윤모 대표가 “1억 미만 SUV 중 에어서스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건 XC90뿐”이라 말한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운전하는 내내 XC90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은 마치 조용한 동승자처럼 자연스럽게 작동했다. 특히 파일럿 어시스트는 차간거리 유지, 차선 유지보조 기능이 매끄러워 도심 정체 구간이나 고속도로 직선주행에서 피로를 확 줄여줬다. 카메라, 초음파, 레이더를 총동원한 감지능력은 운전자를 대신해 주변을 끊임없이 관찰했다. ‘사각지대 경보 및 조향 보조’는 차선을 바꾸기 직전 뒤차가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살짝 핸들을 돌려 안전을 확보해주는 똑똑한 기능이었다.

실내에 들어서면 11.2인치로 커진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끈다. 태블릿처럼 선명하고 반응도 빠르다. 특히 시스템 속도는 2배, 그래픽은 10배나 향상됐다고 한다. 실제로 각종 앱을 실행하는 데 거의 딜레이가 없었다. 실내 공간도 한층 여유로워졌고, 1410W의 바워스&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은 차 안을 콘서트홀로 바꿔줬다.

심지어 복합연비도 도심 8.4㎞/ℓ, 고속도로 11.3㎞/ℓ로, 마일드하이브리드치고는 꽤 준수하다. 가솔린 엔진(최고출력 300마력)과 10kW 전기모터가 결합된 파워트레인은 조용하고도 유연했다. 필요할 땐 즉각적인 반응을, 평소에는 묵직한 여유를 선사한다.

이번 시승을 통해 XC90는 단지 고급 SUV가 아니라 진짜로 편안하고 똑똑하며, 실용적인 차라는 걸 증명해줬다. 이번 XC90는 몰아보기 전까진 결코 알 수 없는 깊이를 품고 있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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