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길”…‘미지의 서울’ 박윤호, 이 세상의 호수에게 [인터뷰]

배우 박윤호가 드라마 '미지의 서울' 종영 소감을 밝혔다. 박윤호는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 미래(박보영 분)의 고교 동창이자 목숨을 잃을 뻔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이호수의 고등학생 시절 역을 맡아 열연했다.김용학 기자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이 큰 울림을 전하며 막을 내렸다. 성인역 박보영, 박진영의 호평 뒤에는 어린 시절의 풋풋한 감성을 그려낸 배우들이 있었다. 그중 배우 박윤호는 어린 호수 역을 맡아 성난 가시로 감춰둔 여린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어린 시절의 아픔이 10년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게 이질감 없이 브라운관을 채웠다.

 

종영 인터뷰로 만난 박윤호는 “추운 겨울에 찍었는데, 돌아보니 따뜻한 추억이 생긴 것 같다. 많은 분에게 힘이 된 ‘미지의 서울’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어 영광이고 뿌듯했다. 이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오디션을 보고 어린 호수 역을 따냈다. 성인역 박진영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크리스마스 캐럴’, ‘유미의 세포들’ 등 박진영의 출연작을 찾아봤다고. “선배님에 대해 궁금한 마음도 크고, 공부하려고 보기 시작했는데 감상을 했던 것 같다. 어느새 작품에 빠져들더라”고 웃어 보인 박윤호는 “‘유미의 세포들’에서는 나쁜 남자로 나오시는데, 호수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1인2역도, 작품도 너무 재밌게 봤다”고 돌이켰다.

 

“호수가 멀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죠. 욕심나는 마음에 연기하는 친구들을 불러 대본을 연습했어요. 상대에게 미지 역을 맡기고 일부러 더 귀찮게 해달라고도 해보고, 짜증 내달라고도 해봤어요. 호수라면 어땠을까, 미지가 더 귀찮고 짜증 났겠지? 생각하면서요.”

배우 박윤호가 드라마 '미지의 서울' 종영 소감을 밝혔다. 박윤호는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 미래(박보영)의 고교 동창이자 목숨을 잃을 뻔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이호수의 고등학생 시절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용학 기자.

◆배움의 현장 ‘미지의 서울’

 

어린 시절 교통사고를 겪고 아버지를 잃으면서 마음엔 상처가, 몸엔 사고 후유증이 크게 남았다. 핸디캡을 가진 호수를 연기하기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감독은 “불편함이 항상 드러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그는 호수의 고충과 아픔을 이해하고 싶었다. 들리는 데 들리지 않게 연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으로 호수가 왜 양쪽에 이어폰을 끼는지, 왜 예민한지 이해하고자 했다. 

 

평소에도 마른 체격이지만 호수를 연기하기 위해 5kg 정도를 감량했다. 호수라면 좀 더 야위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감량의 비결을 묻자 “빼는 건 어렵지 않았다. 먹는 걸 좋아하지만, 안 먹어도 괜찮더라. 더 간단하게 먹고 잘 안 먹었다”고 비결을 밝혔다. 

 

교실에서 미지가 이어폰을 뽑는 장면에 대한 뒷이야기도 전했다. “처음엔 화도 나고 격앙된 호흡을 보여줄 줄 알았는데, 감독님께서 ‘호수라면 이러지 않았을 것 같다’고 하셨다. 호수는 이미 익숙할 거라고, 무시 아닌 무시도 당해왔을 거라고 조언해주셨다”고 했다. 그래서 완성된 장면이 방송을 탔다. 이러한 상황에 익숙할 호수는 ‘얜 또 뭐야?’ 싶은 마음으로 미지를 지긋이 바라본다. 박윤호는 “그 장면을 계기로 호수라는 인물이 더 확실해진 것 같다. 오히려 더 무덤덤해도 되고, 초월한 느낌이 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호수를 연기했다”고 말했다. 

 

배우 이재인이 유미지와 유미래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박윤호는 “묘하게 미지와 미래의 텐션이 다르더라. 대본을 통해 이미 미지가 아니라 미지 흉내 내는 미래라는 걸 알지만, 호수의 눈으로 봐도 그렇게 보이는 게 신기했다. 미지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눈빛을 보면 드러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영화 ‘하이파이브’로 박진영과 호흡했던 이재인은 박윤호를 빤히 보며 “닮은 것 같기도 하다”는 말도 보탰다. 

 

어린 시절 호수와 미지 촬영이 끝나고 성인 역의 촬영이 시작됐다. 운 좋게도 두손리 촬영 현장에서 미지(박보영)의 촬영을 보게 됐다고. 할머니가 쓰러지고 도움을 구하러 나오는 빗속 장면이었다. “모니터로 선배님이 우는 모습을 보는데, 동시에 선배님의 울음소리까지 들리니까 소름이 돋았다. (감정이) 훅 들어오더라. 입 벌리고 감탄하면서 봤다. 역시 선배님은 다르구나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배우 박윤호가 드라마 '미지의 서울' 종영 소감을 밝혔다. 박윤호는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 미래(박보영 분)의 고교 동창이자 목숨을 잃을 뻔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이호수의 고등학생 시절 역을 맡아 열연했다.김용학 기자

 

◆박윤호가 해석한 ‘호수의 서울’

 

호수와 미지, 경구는 학창시절 잊지 못할 고백의 현장을 함께했다. 호수의 마음을 오해한 미지는 홧김에 경구의 거짓 고백을 받아줬고, 호수는 경구의 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서로의 비밀을 지켜줬다. 극 중 호수는 경구에게 “미지에게 고백하지 말라”고 말한다. 걱정인지 경고인지 모를 이 대사의 숨은 의미에 관해 물었다. 박윤호는 “호수가 미지를 좋아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미지를 더 지켜주고 싶고, 인간적으로 존중해주고 싶은 느낌이었다. 사랑싸움의 느낌은 아니었다”고 해석했다. 

 

“내가 (미지를) 좋아하는 마음도 있지만, 미지가 나중에 장난 고백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상처를 입을 거라 생각했어요.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는 거니까요.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는 정의로운 마음에서 한 말이 아닐까요. 경구에 대한 배려도 있었을 거예요. 승현이에게 잡혀 사는 걸 알고 있으니까, 네 소신껏 살라고 억지로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요.”

 

서울로 향하기 전, 호수는 마음의 문을 닫은 미지와 대문 앞에서 마주한다.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한 채 서울로 향했고, 번듯한 직장인이 되어 다시 두손리를 찾는다. 서울로 떠난 호수(박윤호)가 성인 호수(박진영)가 되기까지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박윤호는 “어릴 적 미지와의 시간을 통해 많은 걸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노트를 던지는 미지를 보면서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고, 마음을 열고 나누는 법을 배우면서 조금은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지 않았을까”라며 “그래서 좋은 로펌에 들어가서 변호사 생활도 잘 할 수 있었을 거다. 나의 실수와 오해로 멀어진 사람이니 (미지에게) 고마움을 크게 느꼈을 거다. 사람이 없어져 봐야 안다고, 미지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며 살아왔을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2023년 U+모바일tv 오리지널 ‘밤이 되었습니다’로 데뷔해 tvN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티빙 ‘스터디그룹’ 등에 출연했다. 올초 공개된 ‘스터디그룹’에서는 극 중 현우 역을 맡아 초반 전개를 이끌었고,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는 어린 아빠가 되어 짧은 에피소드를 장식했다. 특히 ‘스터디그룹’의 반항적 이미지에서 ‘미지의 서울’ 호수의 복잡한 감정 연기까지 선보이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호수는 어린 시절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새엄마 분홍(김선영)과 둘만의 가정을 이뤘다. 엄마의 진심은 미처 알지 못한 채 아슬아슬한 일상을 살아가던 중 친부모의 제사상을 직접 차리는 분홍의 모습에 괜한 트집을 잡기도 했다. 홀로 남겨진 호수의 눈물을 토닥여 준 건 하나뿐인 친구 미지였다. 어린 호수에게도, 시청자에게도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대본을 읽고 사춘기 소년의 반항이라고 생각했어요. 언성을 높여 말할 줄 알았는데, 조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봐 주시고, 호수가 싫어하는 티를 내자마자 치우려는 모습을 보니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셔서 말의 무게가 표현된 신 같아요. 정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장면이에요. 상대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했죠. 호수에겐 쉽게 나온 말이 없었어요. 그래서 슬퍼하는 장면이 더 쓸쓸해 보이고 더 속상해 보였던 겉 같아요.”

배우 박윤호가 드라마 '미지의 서울' 종영 소감을 밝혔다. 박윤호는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 미래(박보영 분)의 고교 동창이자 목숨을 잃을 뻔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이호수의 고등학생 시절 역을 맡아 열연했다.김용학 기자

◆#요리#버블#가족…카메라 밖의 박윤호

 

중학생이던 어느 날, 창체 수업에서 영화 수업을 들었다. 연출부에 들어 시나리오도 써보고 촬영도 해보다 보니 ‘나도 카메라 안에 들어가서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의 꿈을 꾸게 된 순간이었다. 그는 “당시 친한 형이 연기 학원에 다녀서 따라가 봤다. 남학교에 다니면서 축구만 하고 살았는데, 학원에 가보니 다들 끼가 많더라.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다양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을 보니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돌이켰다. 또래보다 늦게 시작한 연기 공부에 부침도 느꼈지만, 한 계단씩 도전해 대학 입시까지 성공했다.

 

‘오늘은 온전히 재밌게 살자’는 좌우명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야”라는 대사가 주는 울림은 컸다. 극 중 방문을 걸어 잠근 미지에게 할머니가 건네는 한 마디다. 미지가 주문처럼 되뇌는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모른다”는 대사도 가슴 속 싶은 곳에 남아있다. 박윤호는 “왜 기억에 남을까 생각해 봤더니, 할머니가 말해 준 대사라 더 그런 것 같다. 우리 할머니가 내게 해주시는 말 같았다”고 말했다. “이 대사가 오늘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 같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어린 호수를 연기하며 얻은 것도, 배운 점도 많다. 지금도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호수들에게 전할 한 마디를 묻자 박윤호는 “자신을 더 아끼고 사랑해주기 바란다. 나는 나랑 평생 살아야 하니까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줘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미지의 서울’의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그러했듯, 박윤호에게도 위로가 되는 존재가 있다. 바로 할머니와 할아버지다. 어린 시절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조부모의 보살핌을 받았기 때문이다. 키는 훌쩍 자랐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만 생각하면 애틋한 마음이 앞서는 귀여운 손자다.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을 완주하면서, 시청자의 반응도 힘이 됐다. 그는 “생각보다 너무 예뻐해 주시더라. 나는 아쉬운 것이 먼저 보이는 데, 그래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칭찬에 익숙해지지 말고 더 많이 성장해야 한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배우 박윤호가 드라마 '미지의 서울' 종영 소감을 밝혔다. 박윤호는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 미래(박보영 분)의 고교 동창이자 목숨을 잃을 뻔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이호수의 고등학생 시절 역을 맡아 열연했다.김용학 기자

지난달 팬 소통 플랫폼 버블을 오픈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팬들의 반응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은 셀카를 연습하고 있다. ‘퇴근 못 했는데, 힘이 난다’는 팬들의 말에 다음엔 어떤 사진을 보낼까 고민하고 있다”고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자고 일어나 잠옷을 입은 채 아침을 해 먹는 일상이다. 필살기는 등갈비 김치찜. 요리 이야기에 눈을 빛낸 박윤호는 “초등학교 때부터 요리를 했다. 머핀을 만들어서 친구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 아버지 밥도 내가 차려 드리곤 한다”고 반전 매력을 드러냈다. 

 

거의 매 작품 교복을 입고 학생 캐릭터를 소화했다. “다양한 교복을 입어봐서 좋았다”고 긍정의 기운을 뽐낸 박윤호는 “(교복) 입는 게 잘 어울리니까 많이 찾아주시는 게 아닐까.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이어 “머리 올리는 걸 좋아해서 사극도 너무 해보고 싶다”며 자신 있게 앞머리를 넘겨 웃음을 자아냈다. 성인 호수처럼 멋진 정장을 입고 똑 부러지는 전문직을 맡아보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미지의 서울’은 제게 든든한 친구죠. 보면서 많은 힘을 얻었고,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처럼 보일 때도 많았어요. 살아가며 가끔 꺼내보고 싶을 작품이에요. 그때마다 인물들의 목소리가 들릴 것도 같고요. 멀리서 나를 지켜봐 주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될 것 같아요.”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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