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이도 없고, 월드컵 진출도 확정했고… 그런 이유로 관중이 줄었겠죠.”
제발 아니길 바란다. 대한축구협회의 분석이 이 정도라면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기 힘들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및 대한축구협회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소였다. 새 집행부의 계획부터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거시적인 내용들까지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한창 이야기가 무르익던 중 A매치 관중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 축구대표팀과 쿠웨이트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최종전이 열린 지난달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이날 관중 기록은 4만1911명이다.
충격적인 숫자다. 한국 축구의 상징,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A매치에 5만명 이하 관중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시기 무관중 경기를 제외하면 2017년 3월28일 시리아전에서 기록한 3만352명 이후 처음이다. 물론 이날 쿠웨이트전에는 슈퍼스타 손흥민이 부상으로 인해 출전이 불투명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역시 이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였다. 매치업 상대가 쿠웨이트였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메가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정 회장은 “손흥민도 부상이었고, 월드컵 진출도 확정한 상태였기 때문에…”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같은 요소들이 관중 동원 실패의 이유가 돼선 안된다. 앞서 2024년 9월5일 팔레스타인전에서 5만9579명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고, 3월21일 태국전에서도 6만4912명이 운집했다. 2023년 11월16일 싱가포르전 역시 6만4381명이 “대한민국”을 외쳤다.
대한축구협회가 분석한 내용이, 일반인이 눈으로 지켜본 내용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이전 기록지만 살펴봐도 충분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2016년 9월1일 중국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5만1238명의 관중이 찾았다. 그런데 11월15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3만526명으로 급감했고, 2017년 3월28일 시리아전 역시 3만352명이었다. 그러다 2018년 8월31일 이란전에서 다시 급증한 6만312명이 모였다.
2025년 6월과 시기적 공통점이 존재한다. 국내 정세 불안이 극에 달했던 시점이다. 지난 6월 쿠웨이트전이 열린 이 시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그리고 이로 인한 대선이 치러졌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시기다. 시계를 돌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상황을 살펴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대선이 이어졌다. 특히 2016년 11월15일 우즈벡전 직전인 12일에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당시 광화문 등 촛불집회 참여 인원은 경찰 추산 26만명이었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는 스포츠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으며 관중 급감의 원인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반복된 실패를 용인할 수는 없다. 2016년에 이 같은 상황을 겪었다면, 2025년에는 달라져야 했다. 같은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분석, 계획, 실행의 노력들이 이뤄졌어야 한다. 협회는 과연 어떤 노력을 했을까.
축구협회 역시 이와 같은 내용을 분석했을 수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정 회장 포함 협회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이 같은 이유라며 그렇게 외치던 ‘축구는 정치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스스로 어긴 꼴이 된다.
포드를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이끈 헨리 포드는 “실패는 죄가 아니다. 그러나 실패를 반성하지 않는 것은 죄”라고 말했다. 헨리 포드 역시 2번의 실패를 통해 지금의 포드를 일궈냈다.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체계적으로 반성하고, 그 결과를 실질적인 경영에 반영하는 ‘반성 기반 경영(Reflective Management)’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지금의 대한축구협회, 과연 반성은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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