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트는 美 도전설, 신중한 송성문… “진출 고려만으로 정말 큰 목표, KBO 정상급 성적부터 내보겠다”

키움 송성문이 1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월드 허행운 기자

 

“저는 아직 그 정도 아닙니다.”

 

프로야구 키움의 송성문이 KBO리그 ‘핫 스타’로 떠올랐다. 갑작스럽게 점화된 그의 메이저리그(MLB) 도전설 때문이다. 지난달 초만 해도 “KBO리그에서 열심히 야구할 생각”이라며 소문을 일축했던 그가 최근 “(김)하성이 형이 ‘밑져야 본전이고, 돈 주고도 못 하는 경험’이라고 조언해줬다. 시즌 끝난 뒤 고민해보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작은 가능성이 피어났다.

 

복수의 MLB 스카우트들이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했다는 소식까지 퍼지면서 야구계의 모든 눈과 귀가 송성문을 향하게 됐다. 지난 1일 키움과 KT가 마주친 수원KT위즈파크의 주인공도 원정길에 오른 송성문이었다. 자세한 속사정을 듣고 싶은 취재진들로 더그아웃이 시끌벅적해지기도 했다.

 

송성문은 “도전하겠다고 명확하게 말한 게 아니었어서 이 정도 관심은 예상 못 했다. 가능성을 열고 고려해보겠다고 한 건 맞지만, 정말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는 마음까지는 사실 없다”며 “지금은 진출을 고려하기까지도 계단이 아주 많다. 지금보다 야구를 더 잘해야 하고, 팀 성적도 더 좋아져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우리 팀에서 미국으로 갔던 선배들 그리고 후배들은 KBO리그에서 정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그렇기 때문에 (에이전트 선임 등) 준비를 하는 게 당연했지만, 나는 아니다. 지난해 1번 잘했을 뿐이다. 벌써 그런 준비를 하기에는 내 자신이 아직 가소롭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키움 송성문이 안타를 때려내고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 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미국 스카우트 방문에 대해서도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웃어 넘긴다. 그는 “내가 봤을 때는 (김)도영이 보러 왔다가, 안타깝게 다치는 바람에 KBO리그 구경하시는 것 같다. 또 리그에 좋은 외인 투수들도 많지 않나. 두루두루 보러 오신 거다. (이)정후나 (김)혜성이처럼 콕 집어서 나를 관찰하러 오신 건 아니다”고 미소 지었다.

 

이렇게 조심스러운 그가 생각을 바꾼 데에는 알려진 대로 김하성의 영향이 지대했다. 송성문은 “하성이 형이 내가 미국 진출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한 기사를 봤더라. 형이 ‘왜 그렇게 이야기 하냐’며 미국 무대에서 통한다는 게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올해 끝날 때까지 좋은 성적 거둔다면 빅리그 25인 로스터 진입을 도전해볼 만하지 않겠냐고 해줬다”며 나눈 대화를 귀띔했다.

 

결코 쉽지 않은 관문, 일단은 정말 도전해볼 수 있는 선수라는 걸 증명하는 게 먼저다. 송성문은 “KBO리그에서 정상급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그때서야 (진출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본다. 지금의 나는 그 정도가 아니다”며 “난 꾸준했던 적이 없는 선수다. 올 시즌을 시작할 때 목표도 작년 성적이 운이 아니었다는,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었다. 일단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는 것만으로 상상조차 못했기 때문에 너무나 감사하다. 설령 미국을 못 간다고 해도 내가 실패한 야구선수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으실 거다. 안 된다고 실망할 것도 없다”는 긍정적인 마음과 함께 주먹을 불끈 쥐었다.

 

키움 송성문이 수비 도중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수원=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