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4050세대 ‘덕질 어게인’…韓은 물론 日까지 스며든 중년 팬덤

중년 팬덤은 단순한 감성 회귀 차원이 아니다. 이들은 경제적 여유, 시간적 여건, 강한 몰입력을 바탕으로 한층 적극적인 참여를 보인다. 실제로 오는 4∼6일 열리는 워터밤 서울 2025의 티켓 예매 데이터에 따르면 40대 여성 구매 비중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동시에 옆나라 일본에서도 중년 팬덤의 확산이 이루어 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 팬덤은 10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년층은 돈·시간·열정을 모두 갖춘 팬들이다. 이들은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기획·조직·운영까지 팬덤 안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며 “팬 활동이 육아와 교차하거나, 가족 단위로 확장되기도 하면서 K-팝이 세대 연결 매체로 기능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년층의 팬 활동이 젊은 세대에게도 롤모델이 되는, 건강한 문화로 자리 잡으면 산업 전반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눈에 띄는 점은 중년 K-팝 팬이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 이러한 분위가 활발하다. 수년 전부터 일본은 K-팝 댄스 스쿨 붐이다. 2012년부터 중학교 보건체육 필수과목에 무용이 포함되며 무용 수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고, 여기에 2020년대 들어 K-팝에 관심이 많은 중년 팬덤이 본격적으로 여가 활동에 뛰어들며 K-팝 댄스 스쿨이 호황을 맞았다.

 

아사히 신문은 최근 일본 내 중년 K-팝 팬덤에 대해 심도 깊게 다뤘다. 이 매체는 “50~60대 여성 6명이 도쿄 스기나미구 고엔지구에 있는 댄스 스쿨에서 23세의 선생님인 히데야와 함께 방탄소년단의 낫 투데이(Not Today)에 맞춰 춤을 춘다”며 “이 학원에서는 K-팝을 활용하는 수업이 가장 인기가 많다. (일본의 중년들도) 단순한 팬 활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생활문화로 K‑팝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일본 내 중년 K-팝 팬덤의 성장은 단순한 열풍을 넘어 고령화 사회 속 개인의 정체성과 여가 재구성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퇴직 이후 삶을 준비하는 50~60대가 늦깎이 성장을 꿈꾸며 무대 위 아이돌과 자신을 겹쳐보는 것”이라며 “특히 K-팝 댄스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자존감 회복의 통로로 기능한다. 이는 K-팝이 청소년 중심 콘텐츠에서 벗어나 세대 통합형 문화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한국 가수들 관련 상품 판매점에는 한류에 가장 보수적이라 불리는 중년 남성들도 찾기 시작했다. 뉴진스 멤버 하니가 지난해 6월 도쿄돔에서 과거 일본의 국민 가요격인  푸른 산호초를 부른 영상이 기폭제가 됐다. 이때부터 ‘뉴진스 오지상(아저씨)’이라 불리는 중년 남성 팬덤이 생겼다. 

 

또다른 관계자는 “원래 일본의 한류 열풍은 중년 여성에서 시작해 젊은 여성으로 넘어가는 등 주로 여성들 사이에서 뜨거웠다”면서 “남성들 특히 중년 남성들은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정서를 내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제 K-팝이 중년세대를 포함한 남성들에게까지 한류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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