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패 그 이상의 아픔이 담긴 패배다.
프로야구 LG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맞대결에서 2-6으로 패했다. 지난 15일 대전 한화전에서 패하며 반 경기차로 한화에 1위를 내줬던 LG는 2연패와 함께 시즌 40승2무27패가 됐고, 바랐던 1위 탈환에 실패했다. 1위 한화가 이날 사직 롯데전에서 6-0 완승을 거두면서 두 팀의 격차는 1.5경기까지 벌어졌다.
1위와 멀어지는 1패, 그 이상의 타격이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2회초에 나온 선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의 헤드샷 퇴장 때문이다. 삼자범퇴로 1회초를 넘긴 에르난데스는 무사 1루에서 상대한 박건우의 헬멧을 맞히고 말았다. 시속 143㎞ 패스트볼이었다. 박건우에게 사과 메시지를 전한 에르난데스는 규정에 의해 곧장 퇴장 조치됐다.
이로 인해 LG는 의도치 않은 불펜 데이를 마주했다. 에르난데스를 이어 무려 7명의 불펜이 동원된 것. 김영우(2이닝 1실점)-장현식(1이닝 1실점)-정우영-김진성-임준형(이상 1이닝 무실점)-박명근(⅓이닝 1실점)-성동현(1⅔이닝 2실점)이 줄지어 8이닝을 맡았다. 넘치는 소비 속에 승리라도 만들어야 했지만, 그 결과마저 없었다. 여러모로 치명상이다. 한 주의 시작인 화요일 경기에서 나올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주는 LG가 이미 ‘버티기 모드’를 천명했던 시기다. NC와 두산을 차례로 만나야 하는 일정, LG 선발 로테이션에는 2개의 구멍이 뚫렸다. 염경엽 LG 감독이 지난 11일과 16일, 각각 손주영과 임찬규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부상 이슈가 있던 건 아니지만, 조금씩 구위가 떨어지던 국내 선발 투수들에게 열흘의 휴식을 부여하기 위함이었다. 대체 선발 최채흥, 불펜 데이 등을 활용해 자리를 메우겠다는 심산이었다.
염 감독은 “찬규를 한 턴 정도 더 쓰고 싶었는데, 트레이닝 파트에서 ‘냉정하게 가셔야 한다’고 하길래 그렇게 하자고 했다. 감독은 순간의 욕심을 참아야 하는 자리”라고 웃으며 “이번주만 잘 넘기면 다음주부터는 다시 여유가 생긴다. 나간 친구들도 들어오고 빌드업 과정에 있는 친구들도 연투가 가능해진다”는 긍정적인 시선을 내놓기도 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고난길을 넘어 희망찬 시나리오를 그리던 LG, 그들이 마주한 의도치 않은 이날의 불펜데이는 그만큼 큰 돌부리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유일하게 기댈 언덕은 예고된 비 소식이다. 오는 20일 전후로 강우 예보가 내려져는 있는 상황. 예보대로만 비가 와준다면 선발, 불펜할 것 없이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는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예보일 뿐이다.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에 기댈 수만은 없다. 난관을 헤쳐갈 플랜B가 필요해졌다. 2위로 떨어진 LG가 마주한 전반기 최고의 위기,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잠실=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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