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 “10년 전에도 지금도, 노래 잘하는 가수이고파”[스타★톡톡]

정승환, 1년11개월만에 신보 '봄에' 발매
타이틀곡은 '하루만 더'
"더 나아지는 가수 되고파"

2년 여의 공백기 끝에 돌아온 정승환이 ‘겨울’을 지나 ‘봄’으로 향한다.

 

13일 발매한 새 앨범 ‘봄에’는 닮은 듯 서로 다른 봄의 두 가지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하루만 더’에 노래했고, 봄의 정취를 담은 산뜻한 사운드의 ‘벚꽃이 내리는 봄길 위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벚꽃이∼)로 봄 감성을 전한다.

 

1년11개월만의 새 앨범이다. 오랜만에 취재진과 만난 정승환은 “군 복무가 끝나갈 시점부터 가수로 돌아와 보여드릴 행보들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입을 뗐다. 

정승환이 작사에 참여한 ‘하루만 더’는 애써보고 다짐해도 결국 다시 상대를 찾게 되는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발라더 정승환의 정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스탠다드 발라드곡이다. “정승환의 시그니처 발라드”라고 타이틀곡을 소개한 정승환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무력한 짝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오래 전부터 그런 이야기의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곡을 복귀하게 되어 기분 좋게 작업했다”고 후기를 전했다.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짝사랑을 곡에 녹였다. “애석하게도 경험담은 아니”라고 웃어보인 정승환은 “처음 봤을 때부터 그 에피소드에 꽂혔다. 그 소녀의 이야기를 감고 싶은 마음에 짝사랑에 관한 콘텐츠를 보며 곡을 썼다”고 했다. 

 

‘하루만 더 널 미워하면 안될까’라는 후렴구를 쓰고  ‘이거다!’ 싶었다는 정승환. 그는 “누군가를 혼자서 사랑하고 애정을 품다보면 몰라보는 상대에 대한 원망도 생긴다. 미워해서라도 이 사랑을 그만두는 걸 미루고 싶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며 “에피소드 마지막 장면에 너무 속상해서 울고 있는 여주인공이 ‘오늘도 내일도 널 좋아하겠지’라는 말을 한다. 그 마음을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어찌보면 앨범명 ‘봄에’는 수록곡인 ‘벚꽃이∼’에 더 잘 어울린다. 정승환도 머쓱하게 웃으며 “1차원적이긴 하지만 봄에 나오는 앨범이기도 하고 ‘봄’하면 떠오르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이 바보야’, 너였다면’ 모두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 얼어붙어 있던 겨울에서 얼음이 녹고 꽃이 만개하는 계절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곡의 분위기는 다르지만 전개 방식은 비슷하다. 미니멀하게 시작해 후반부에 몰아치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형상과 닮아 있는 것 같다”고 의미를 찾았다. 

흔히 봄 하면 떠오르는 새출발, 화창함, 설렘과 싱그러움 등과 이별, 시련의 감정은 더욱 대비되어 다가온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런 순간일 수록 아픔과 고통이 극대화 된다”며 “그래서 산뜻한 봄에 사랑의 아픔을 이야기하면 오히려 더 아프게 다가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이게 정승환이지, 이게 정승환 목소리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어요.”

 

‘발라드 세손’이라는 수식어로 출발해 우리나라 대표 발라더로 자리매김했다. ‘세손’이라는 수식어에 멋쩍게 웃으며 “이제 그 수식어를 듣기엔 나이가 든 것 같다.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분발하려 한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스스로 생각하는 정승환의 발라드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그는 “노래할 때 의도하는 것들은 담백하게 표현하는 편이다. 그 안에서 슬픔이 느껴질 때 리스너로서 나도 감동을 받다 보니 그러한 표현을 추구하게 된다. 그래도 클라이막스는 터지는 느낌으로 호소력 있게 노래한다. 담백하지만 호소력이 짙은 포인트가 담겨있는 게 정승환의 시그니처 발라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2년 가까운 공백기를 가지고 나서 생각한 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였다. 군대에서 생활하며 고민과 불안도 있었지만, 그 시간을 잘 활용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답은 ‘연습’이었다. 무협물에 등장하는 폐관수련(閉關修鍊, 외부와 모든 연락을 끊고 특정한 곳에 머물며 수련하는 것)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정승환은 “내 노래를 발전시키기 위해 계속 틈틈히 노력했다. 가수로서 멈춰있는 시간을 재생할 수는 없으니 다시 돌아왔을 때 더 나은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도록 했다. 좋은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서는 실력을 키워야 했다”도 돌아봤다. 

 

군악대 보컬 연주병으로 군 생활을 보냈다. 특히 성악하는 동기들과 동고동락하며 서로 배움과 도움을 주고 받았다. 전국구 공연도 많이 다니며 무대 감각도 잃지 않았다. “시간이 멈춰있다고 생각할 때마다 공연장에서 많은 분들이 반겨주시더라. 특히 군인들이 ‘너였다면’을 너무 좋아해 주셔서 큰 위안을 얻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2015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로 데뷔했다. 10년 차를 맞아 돌아보면 “말도 안되는 복을 누렸다”는 대답이 절로 나온다. “(방송 이후) 바로 사랑 받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 소속사(안테나)에 들어와서 정식 데뷔 전에 ‘너였다면’을 만났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지 싶으면서, 복에 겹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 시간들을 발판삼아 10년이라는 시간을 걸어왔다. 스스로 대견스러운 마음도, 꾸준한 응원에 감사한 마음도 생긴다. 그 시간을 함께해준 팬들의 꾸준함에 대한 감동, 쌓이는 시간에 대한 무게감도 생겼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잘 걸어나가겠다는 다짐을 내보였다.

20대를 돌아보며 생각에 잠긴 정승환은 “너무 많은 것들을 해내려고 아등바등 했었다. 내 역할을 넘어선 영역까지 해내려 애썼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작은 것에 집중하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는 “이제 과감히 포기하려 마음먹으니 전체적으로 잘 흘려가는 것 같다. 나보다 그 분야에 뛰어나고 내가 구현하고자 하는걸 표현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맡기고, 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작곡, 편곡 등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도 서동환 작곡가의 전문성을 존중하면서 정승환은 보컬에 집중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30대로 접어들었다. 근사한 30대를 기대하면서도 ‘마음처럼 쉽진 않겠지’ 생각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정승환은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 변함 없는 건 노래를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계속해서 더 나아지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내 “히트곡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바람은 웃음을 자아냈다. 선배 성시경을 예로 들며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선배님이) 얼마나 대단한 길을 걸어갔는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쫓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나를 더 성장시키고 뿌리깊게 자리잡는 30대를 보내고 싶다”고 바랐다.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너였다면’이 정승환에게 네잎클로버 같은 존재라면 ‘이 바보야’는 가수 정승환의 존재를 세상에 알려준 곡이다. 신곡 ‘하루만 더’로 앞선 두 곡이 가져온 ‘히트곡 네 글자 법칙’을 가져가게 됐다. “노린 건 아니”라며 웃어 보인 정승환은 “곡 작업 도중 네 글자인 걸 알게됐다. 세 노래 모두 후렴의 첫 소절이 제목으로 나온다. 이번에도 큰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