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배보다 무서운 것이 두려움이다. 역스윕(역싹쓸이)의 위기에 빠진 남자프로농구 LG가 다시 날개를 펼칠 수 있을까.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우승을 정조준 중인 LG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SK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내리 3연승을 내달리며 고공비행, 새로운 역사의 문 앞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침체에 2연패를 당하며 흔들리는 중이다. 15일 안방 창원에서 SK와의 6차전에 나서는 LG가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다.
2연패를 당한 것도 뼈아프지만, 과정이 너무 좋지 않았다. 홈에서 열린 4차전(48-73, 패)과 지난 13일 잠실 원정 5차전(56-86, 패) 모두 25점 차 이상 대패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아무것도 못하고 졌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4차전부터 급격하게 휘청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선수들의 체력에 경기력까지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예기치 못한 부진은 기록지에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LG의 외곽슛 강점이 무너졌다. 정규리그 때만 해도 3점 성공률 33.9%로 10개 구단 중 으뜸을 달렸다. 지금은 그 힘이 온데간데없다. 4, 5차전서 각각 26%(8/31), 23%(9/40)에 그치고 말았다. 이 두 경기를 놓고 보면 야투율도 27.7%에 머물렀을 정도로 팀 전체가 난조를 겪고 있다.
공격이 흔들리니 수비와 집중력도 출렁인다. 2연패 가운데 리바운드(39-45, 33-45)를 모두 밀렸고, 속공 득점(3-9, 2-12)과 턴오버 득점(6-8, 2-13), 세컨드찬스 득점(9-18, 8-17) 등 모든 면에서 큰 열세를 보였다.


주전 선수들의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골밑을 책임지고 있는 아셈 마레이와 칼 타마요는 4, 5차전 동안 평균 11점, 7.5점에 머물렀다. 앞선 3연승 기간 17점, 23점을 올렸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다른 선수들도 완연한 하락세다. 유기상과 양준석, 정인덕을 포함, 주축 5명은 플레이오프(PO) 동안 평균 30분가량 출전 시간을 가져가고 있다. 가장 적은 축인 정인덕이 28분24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이대로라면 역스윕 시나리오가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는 말은 물론, ‘확률 100%가 깨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다. 한국농구연맹(KBL) 역사상 1∼3차전을 모두 승리한 팀이 우승하지 못한 경우는 없다.

넘어간 흐름을 되찾아야 한다. 수장도 이 문제들을 인식하고 있다. 조 감독은 5차전을 마친 뒤 “슛을 쏘는 과정이 좋지 않았다”며 “무리한 슛도 많았고 리바운드 싸움에서 밀려 속공을 많이 내주기도 했다. 거기서 무너진 게 패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골밑에 대한 아쉬움을 두곤 “감독인 내가 경기 계획을 제대로 짜지 못한 탓”이라면서도 “여러 디테일에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선수들이 조금 더 적극성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5차전 후반부엔 체력 안배 차원에서 주전 선수들을 빠르게 교체했다. “점수 차와 상관없이 다음 6차전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더불어 영상분석 등을 통해 변화된 모습을 예고했다. 조 감독은 “빨리 분위기를 전환해서 창원 홈에서 다시 한번 준비해 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