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감독님이 더 낫죠" 이우석·유기상…쌍둥이 감독, 오늘 첫 PO 맞대결

사진=KBL 제공

 웃는 건 형이 될까. 아우가 될까.

 

 쌍둥이 사령탑이 봄농구에서 마주했다. 형 조상현 LG 감독과 동생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이 24일부터 열리는 2024~202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서 맞붙는다.

 

 5분 차이로 형과 동생이 된 쌍둥이들은 나란히 농구선수의 길을 걸으며 줄곧 쌍둥이 대결을 벌여왔다. 두 감독은 손사래를 친다. 이미 수도 없이 겪어왔던 만큼 쌍둥이 타이틀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남자프로농구(KBL)에 이만한 화젯거리가 또 없다.

 

 장외 신경전을 뜨겁게 마쳤다. 지난 10일 PO 미디어데이에서 현대모비스 가드 이우석이 “홍삼(정관장) 먹고, 참새(LG)를 잡으러 가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조상현 감독은 “지금 참새라고 했어? 너 단장님한테 혼난다”는 유치한 협박을 했다. 조동현 감독은 “무슨 소리야. 치킨이라고 하려는 걸 참았어”라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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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은 현실이 됐다. 현대모비스가 6강 PO에서 정관장을 꺾어 KBL 1호 쌍둥이 감독의 PO 맞대결이 성사됐다. 정규리그에선 18번 맞붙었으나, 봄농구 맞대결은 처음이다. 상대 전적은 형 조상현 감독이 11승7패로 우위다.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속담을 실현 중이다.

 

 아우가 고개를 빳빳하게 든다. 두 사령탑은 올 시즌 정규리그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3승3패로 팽팽하게 맞섰다. 조동현 감독은 이번엔 자신이 도움받을 차례라며 형에게 양보를 강요한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LG의 2위 수성을 도왔다. 지난 3일 LG는 정관장을, 현대모비스는 KT를 꺾었다. LG는 현대모비스 덕에 경쟁자인 KT를 따돌렸고, 결국 2위를 차지했다. 조동현 감독은 “나는 딱히 동반자로 살아오면서 큰 도움을 받지 못한 것 같다”고 웃으면서 “4강에 올라가면 도움을 주지 않을까”라고 옆구리를 찔렀다.

 

 간절하긴 마찬가지다. 조상현 감독은 부임 이후 LG의 3시즌 연속 2위를 이끌었으나, 번번이 4강 PO에서 고개를 숙이며 챔피언결정전 무대는 밟지도 못했다. 조동현 감독도 마찬가지다. 지난 2시즌 동안 6강 PO에서 고배를 마셨다. 4강 PO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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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들은 ‘우리’ 사령탑이 더 낫다며 혈전을 벌인다. 이우석은 “조동현 감독님은 정이 많다. 코트 안에서는 엄격하시지만 밖에서는 선수들을 아껴주고 따듯하게 대해주신다”면서 “사실 걸음걸이로는 구별하기가 어렵다. 관리의 차이인 것 같다. 누가 더 관리하는지는 비밀”이라고 웃었다.

 

 유기상은 “2년 차라 외형적인 부분으로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눈 가리고 작전 타임 때 목소리만 들으면 못 맞출 것 같더라. 우리 감독님은 좀… 푸짐하고 밝으시다. 조동현 감독님은 샤프하고 냉정한 얼굴을 갖고 계신 것 같다”고 웃으면서도 “우리 감독님은 3년 연속 4강 직행이라는 어려운 일을 해내신 분이다. 감독님의 뛰어난 역량에 맞춰 선수들이 잘 뛰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감독님을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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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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