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토크] 징그러운 탐욕, ‘악연’ 박해수가 남긴 잔상

사진 설명 = 배우 박해수가 지난 4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에 출연했다. 극 중 단순한 뺑소니 사고의 목격자에서, 전 사건의 출발점이자 설계자로 뒤바뀌는 인물을 연기했다. 공개 직후 대한민국 시리즈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극단적이면서도 변화 폭이 큰 캐릭터를 만난 게 행운”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이 강렬했다면, 그 중심엔 박해수가 있었다. 스멀스멀 번지는 탐욕의 얼굴. 목격자에서 설계자로, 생존자에서 파괴자로 뒤바뀌는 목격남을 입체적으로 풀어낸 그의 연기는 작품을 떠나도 오래도록 잔상이 남는다.

 

지난 4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은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 공개 직후 대한민국 시리즈 1위를 차지하며 단숨에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박해수는 “정말 감개무량하다. 많은 분들이 작품을 사랑해주시고, 또 저에 대해 좋은 이야기도 해주셔서 감사하다. 극단적이면서도 변화 폭이 큰 캐릭터를 만난 게 행운이다”라면서 “제가 현장에서 못 봤던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어서 재미있게 봤다. 사실 너무 무거운 이야기라서 어렵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다. 그런데 이일형 감독님이 경쾌하게, 또 리듬감 있게 잘 풀어내주신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목격남은 극 초반 어리숙한 뺑소니 목격자였다가, 점차 이야기를 주도하는 설계자로 변화한다. 캐릭터의 반전만큼 준비하는 과정도 남달랐다. “어리숙한 인물이라고 단정짓고 연기하지 않았다. 감독님과 대화를 하며 생존 본능에 따라 반응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반전이 드러나지 않게 만들려고 했다”며 “초반에는 이광수(안경남 역) 배우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받으며 리액션을 잘하면 되겠더라”고 설명한다.

 

캐릭터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껍데기다. 남의 옷을 갈아입고, 남의 인생을 훔쳐, 남의 집에 들어가 자신에게 ‘웰컴홈’을 외치는 남자. 박해수는 “손쉽게 돈을 벌고 댓가가 주어진 게 반복돼 습관화 혹은 이 행위를 합리화 하는 인물이라 봤다. 얘는 자신이 하는 사기를 비즈니스라고 생각하고 움직인다고 봤다”며 “이런 인물들이 멀리 있지 않다. 뉴스 기사들을 봐도 많지 않나. 목격남이 악인으로 보이기 보다 우스운 사람처럼 보이길, 바보짓하는 게 뻔히 보이는 인물로 보이길 바랐다”라고 인물을 설정한 배경을 전했다.

 

그래서일까. 캐릭터 분석을 할 때, 남의 몸을 거듭 옮겨 다니면서 악한 일을 하는 악귀 같은 존재로도 생각했다고. “나중에는 ‘악의 모습(화상)을 입었다’ 생각을 했던 것 같다”다면서 극 초반과 후반부 전신화상을 입은 모습을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고통을 표현할 때는 다큐멘터리를 참고했다. 화상 고통의 10단계 중 가장 끝에 있는, 그런 상태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는 것.

 

이어 강렬한 특수 분장에 대해서는 “분장은 두 세 시간 정도 받았다. 처음에 분장을 빨갛게 세게 했었는데 이후에는 단계를 조금씩 낮춰가면서 색도 조금씩 연하게 했다. 보시는 분들이 힘들 정도로 너무 혐오스럽게 다가가면 안 될 것 같아서 감독님도 오랫동안 고민하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영어 제목이자 작품의 메시지를 함축한 카르마(Karma)에 대해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박해수는 “저는 분명히 인연이 있다고 믿는다. 그 안에서 업보, 자신이 저질렀던 것에 대한 벌은 어떤 시간과 방식을 거쳐서라도 돌아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상대에게 상처를 받더라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용서다. 그리고 어느 선에서 끊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인다. 

 

지난 2019년 영화 페르소나로 넷플릭스와 인연을 맺은 뒤 오징어게임(2021), 수리남,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2022) 등 총 8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넷플릭스 공무원이란 별명이 생긴 이유다. 하반기에도 영화 대홍수, 굿뉴스에 이어 오리지널 시리즈 자백의 대가까지 세 작품이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공백기 없이 작품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많은 분들이 제가 가진 것보다 저를 너무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저는 늘 제게서 허점을 본다. 제가 연기한 캐릭터가 가진 변화의 간극이 커서 연기도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역할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다행히 보시는 분들도 이런 캐릭터를 호의적으로 봐주신 것 같다”며 “바람이 있다면 현실적이면서 따뜻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 무대 연기자로서도 저금 더 재밌는 작품을 만나보고 싶은 욕심이 계속해서 있다”라고 강조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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