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그 최고의 가드들이 남자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을 향한 길목에서 맞붙는다. 돌격대장 SK 김선형과 KT 허훈은 23일부터 열리는 2024~202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통신사 더비’에서 모기업의 이름을 걸고 자존심 대결에 나선다.
봄농구 첫 통신사 더비다. SK와 KT는 모기업이 통신사라는 공통점으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왔다. 정규리그선 수없이 많은 경기를 치렀으나 PO에서 맞붙는 건 처음이다. 선수와 팀의 자존심은 물론 모기업의 자존심까지 걸렸다. 한발도 물러설 수 없는 혈투를 예고하는 두 팀이다.
중심에 김선형과 허훈이 선다. 둘 다 최우수선수(MVP) 출신 리그 톱 가드다. 김선형은 2013년과 2023년, 허훈은 2020년에 정규리그 MVP를 수상하며 리그 최정상급 선수임을 증명했다.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된다는 공통점도 있다. 우승을 향한 열망과 FA로이드가 둘을 뜨겁게 달군다.

먼저 김선형은 ‘4쿼터 해결사’라 불릴 정도로 클러치 타임에 강하다. 유려한 드리블에 빠른 스피드로 보고도 못 막는 속공 레이업이 전매특허다. 큰 경기 경험이 많다. PO는 53경기, 챔프전은 22경기나 뛰었다. 챔프전 우승 반지만 2개(2017∼2018, 2021∼2022시즌)다. 특히 통합 우승을 일군 2021∼2022시즌엔 챔프전 평균 17.4점 6.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생애 첫 PO MVP를 차지한 바 있다.
정규리그서 쌓은 업적이 든든하게 뒤를 받친다. 올 시즌 SK는 KBL 역대 최소 경기(46경기)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경기서 주축 체력 안배는 물론 PO를 염두에 둔 다양한 로테이션, 전술 점검까지 완료했다. KT에게 무릎을 꿇은 기억도 흐릿하다. 올 시즌 6번의 맞대결에서 단 1번만 패했다. 그마저도 시즌 극 초반인 지난해 10월이었으며 2점 차(75-77)였다. 김선형 역시 자신이 있다. KT를 상대로 올 시즌 개인 평균 12.9점보다 높은 13.8점을 기록했다.

단신용병이 도전장을 내민다. KT는 허훈을 앞세워 언더독의 반란을 노린다. 허훈은 자타공인 KT의 에이스다. 어시스트는 물론 돌파, 3점슛 등 득점으로 연결하는 다양한 루트를 보유하고 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선 부상 여파로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평균 13.8점 6.2어시스트를 마크했다. 특히 어시스트는 리그 1위로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어시스트상을 받았다.
6강 PO의 기세를 이어간다. 허훈은 6강 PO에서 평균 35분53초를 뛰며 혼신의 힘을 다했다. 특히 3차전에선 홀로 35점을 올렸고, 4차전에선 더블더블(10점 10어시스트)을 기록하며 외국인 선수급 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형 허웅(KCC)에게 왕좌를 내주긴 했으나, 5경기 평균 26.6점을 올리며 뜨거운 손끝을 자랑한 바 있다. 지난 시즌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할 기회다. 물러설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직 우승 트로피가 없는 허훈과 KT에겐 질주뿐이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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