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정영주가 6년 전 자궁적출술을 받은 사실을 털어놨다.
정영주는 최근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부친과 건강검진을 받으며 의사와 상담하다가 이같이 밝혔다.
그는 수술을 받은 이유에 대해 “자궁에 이상이 생겨 월경 주기가 깨지고 일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며 “알고 보니 자궁선근증 탓”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술로) 자궁선근증은 다 치료했는데 갱년기 증세가 나타나 약을 복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자궁선근증은 여성에게 흔한 질환이다. 자궁근육층 내에 자궁내막조직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고 증식하는 것을 통칭한다. 자궁조직에 박힌 자궁내막 조직으로 인해 자궁이 항상 부어 있는 양상을 띤다.
자궁선근증의 특징은 극심한 생리통이다. 김하정 민트병원 여성의학센터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의학박사)은 “자궁선근증 환자는 매번 한달에 한번씩 전쟁을 치르는 듯한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월경과다가 동반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월경 무렵 자궁이 더 팽창되며 참을 수 없는 생리통을 느끼게 된다. 심한 경우 10cm 이상까지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렇다보니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불편하게 된다. 치료받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티지 못한다. 생리대를 끊임없이 갈아도 부족하고, 이조차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심한 경우 극심한 생리통으로 실신하기도 한다. 매달 반복되는 이같은 증상에 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도 적잖다.

더욱이 자궁선근증은 임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는 게 김하정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자궁근육층에 굳은살처럼 박혀있는 자궁내막조직이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하고 자궁벽의 탄력을 떨어뜨려 태아가 자라는 것을 방해하기 때”이라며 “난임 여성 2명 중 1명에게서 자궁선근증이 발견된다. 이럴 경우 자연유산이 2배 이상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어 임신 전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자궁선근증 치료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보통 종양을 떼어내거나 제거하면 마무리되는 자궁근종 치료와 달리 자궁선근증의 치료방식은 무척 까다로운 편이다. 이는 자궁근육층에 알알이 박힌 조직을 하나하나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선근증이 심한 경우 자궁적출술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자궁 자체를 없앰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다.
다만 김하정 원장은 가임기 여성에서의 자궁적출술은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한다. 그는 “가임기 여성에서의 자궁적출술은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우려가 있고, 폐경까지 앞당긴다”며 “2011년 미국 듀크대 연구결과 난소를 보존한 자궁적출수술을 받은 젊은 여성은 수술을 받지 않은 여성에 비해 폐경이 거의 2배 정도 빨랐다는 연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갱년기 증후군까지 겪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골밀도 감소다. 자연스럽게 폐경에 이른 여성과 폐경 전 난소를 보존한 자궁적출굴을 받은 여성의 골밀도를 비교연구한 결과 수술받은 여성은 자연 폐경군에 비해서 골밀도가 크게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다. 이렇다보니 자궁적출 후에는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자궁선근증이 심한 가임기 여성은 어떤 치료법을 고려할 수 있을까. 최근에는 자궁보존술의 수요가 높다. 아직 가족계획을 끝내지 않았거나, 아주 극심한 정도가 아니라면 되도록 자궁을 보존하는 방식을 쓴다.
김하정 원장은 “자궁선근증이 경미한 정도라면 자궁내피임장치인 ‘루프’를 활용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루프는 자궁 안에서 레보노르게스트렐성분(황체호르몬)을 서서히 방출해 피임효과를 일으킬 뿐 아니라 특별한 부작용 없이 생리량을 줄이고 기간도 짧아지도록 유도한다. 한번 시술로 5년 정도 효과가 이어진다.
다만 김 원장은 “루프는 근본적인 자궁선근증 치료법이 아니다”며 “이는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 ‘일시정지’ 시키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정도가 극심한 경우, 인터벤션 시술의 일종인 ‘자궁동맥 색전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자궁동맥 색전술은 자궁내막조직의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아 자궁선근증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게 목표다. 절개 없이 가느다란 주사로 주입되는 색전제는 선근증이 있는 위치로 퍼져 붓고 커진 자궁을 다시 가라앉힌다. 입원기간도 1~2일 정도로 짧고, 혈관이 차단되는 동안에 묵직하게 느껴지는 생리통 느낌의 통증 이외에는 별다른 아픔도 없다.
이는 전 미국 국무장관인 콘돌리자 라이스도 받은 치료로 알려졌다. 라이스 전 장관은 금요일 자궁동맥 색전술을 받고, 바로 차주 월요일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김하정 원장은 “자궁선근증 치료는 한가지 정답만이 있는 것이 아니며, 근거가 정립된 다양한 치료법이 존재하는 만큼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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