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속에서도…김희진은 ‘팬’을 떠올린다

 

“흔들리지 말자.”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분위기의 IBK기업은행이다. 세터 조송화의 무단이탈로 시작된 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번 시즌 지휘봉을 든 이만 벌써 3명이다. 급기야는 감독대행의 대행이라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마주했다. 선수들 역시 경기에만 집중하기 쉽지 않을 터. 그래도 경기는 계속된다. ‘에이스’ 김희진(30)이 마음을 다잡는 이유다. 한 경기 한 경기에만 초점을 맞춘 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승리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3라운드 맞대결이 대표적이다. 세트스코어 3-0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홈에서 축포를 터트린 순간이기도 했다. 이날 김희진은 블로킹 3개를 포함해 11득점을 책임지며 펄펄 날았다. 공격성공률 또한 50%로 뛰어났다. 김희진은 “준비할 때부터 동료들과 다른 것보다 전술적인 것들을 많이 이야기했다”면서 “홈에서 이겨 정말 기쁘다. 지금을 잊지 않고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희진은 자타가 공인하는 IBK기업은행 간판스타다. 2010년 창단멤버로 합류했다. 이후 10년 넘게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다. 3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3번의 준우승을 함께 했다. 팀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작금의 사태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질 듯하다. 김희진은 “이례적인 일 아닌가. 우리도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러면서도 “코트에 서서 경기를 하는 것은 결국 선수들이다. 외부 환경에 흔들리기보다는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시기 힘이 돼주는 것은 역시 팬들의 응원이다. 이날도 1576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선수들 플레이 하나하나에 변함없는 박수를 보내준 이들이다. 김희진은 “현장에서 직접 응원해주는 팬 분들이 많다.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라면서 “코트 안에서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자, 실망스러운 모습 보여드리지 말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그것이 팬 분들게 보답하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책임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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