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달려온 민병헌, 작별을 고했다

“마지막을 롯데에서 보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외야수 민병헌(34·롯데)이 정든 유니폼을 벗는다. 26일 은퇴를 발표했다. 롯데는 “민병헌이 최근 현역생활 지숙 및 은퇴 여부를 두고 숙고하다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무엇 하나 소홀히 하지 않았던 민병헌이기에 아쉬움은 크다.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훈련을 쉬지 않는 것은 기본, 후배들을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수장인 래리 서튼 감독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민병헌을 향해 ‘좋은 선수, 좋은 동료, 좋은 리더’였다고 박수를 보냈다. 

 

민병헌은 리그 최정상급 외야수였다. 공·수·주 모두에서 탁월한 기량을 뽐냈다. 1군 통산 1438경기에서 타율 0.295(4285타수 1266안타) 99홈런 578타점 751득점 187도루 등을 기록했다.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 연속 3할 타율을 작성했다. 국가대표로도 맹활약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5 프리미어12,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9 프리미어12 등에 나섰다. 2017시즌을 마치고 FA 계약을 통해 롯데로 이적했다.

 

 

민병헌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 것은 지병이었다. 올해 1월 뇌동맥류 수술을 받았다. 2019년 처음 발견했다. 두통을 느낀 민병헌이 직접 병원 문을 두드렸다. 이후 정기검진을 통해 경과를 지속적으로 추적·관찰해왔지만 몸 상태를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직·간접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예기치 못한 부진을 겪은 배경이다. 109경기에서 타율 0.233을 올리는 데 그쳤다. 쏟아지는 우려 속에서도 묵묵히 제 할 일에 집중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열심히 재활에 매달린 끝에 지난 5월 다시 팬들 앞에 섰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점이었다. 당시 민병헌은 복귀전을 마친 뒤 “한 번 더 기회가 온 것 같다. 사소한 것부터 열심히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강한 의지만으로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었다. 수술은 했지만 완치개념은 아니다. 언제든 증상이 또 나타날 수 있다. 컨디션을 유지하는 일 또한 만만치 않았다. 고민 끝에 운동에만 전념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그린 그림은 없다. 일단 치료에 전념할 계획이다. 은퇴식도 치르지 않을 전망이다. 구단에 조용히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마지막 경기는 8월 29일 부산 두산전이 됐다. 민병헌은 2017시즌을 마치고 FA 계약을 통해 롯데로 이적, 4시즌 342경기에서 타율 0.286, 28홈런, 134타점 등을 기록했다. 민병헌은 “선수 생활 종반을 롯데에서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구단에 조금 더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다”면서 “그동안 아낌없는 사랑과 많은 성원 보내주신 팬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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