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KT 강백호의 유쾌한 응수 “태인이, 좋은 투수 입니다”

[스포츠월드=수원 전영민 기자] 절친한 동생의 도발을 며칠이 지난 뒤에 인지했다. 주변의 이야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성향.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듯했지만 대답에는 유쾌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KT 내야수 강백호(22)는 19일 “그날은 제가 진 게 맞습니다”라고 웃었다.

 

 강백호는 KBO리그 최고 타자다. 18일 기준 타율 0,414(140타수 58안타), 5홈런 38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율은 물론 안타, 타점 모두 리그 전체 타자 중 1위다. 개막 직후부터 한 달이 지난 시점까지 맹타의 연속이다. 강백호는 “겨우내 준비한 게 잘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사실 매일 타율을 본다. 내가 언제 4할을 치고 타점 타율 안타 모두 1등을 해보겠나. 소장용으로 캡처도 해놨다”고 말했다. 아직 표본이 쌓이는 중이지만 강백호는 만화 주인공 같은 성적을 내고 있다.

 

 강백호의 고타율이 잠시 흔들린 적도 있었다. 지난 13일 삼성전에서다. 4월 마지막 날부터 줄곧 타율 4할대를 치던 강백호는 삼성 원태인을 만나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4할3푼에 육박하던 타율이 3할9푼대로 하락했다. 이마저도 표본이 많지 않아 가능한 하락이었다. 당시 승리투수가 된 원태인은 “다른 선배도 아니고 고등학교 때부터 많이 본 백호 형이라서 더 잡고 싶었다. 나로 인해 3할대로 떨어졌으면 했는데 그대로 됐다”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기사를 보면 전화를 할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서로 친한 사이이기에 가능한 도발이었다.

 

 원태인의 인터뷰를 알아채지 못한 강백호는 닷새가 지나서야 관련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타율은 다시 4할대로 돌아왔고, 강백호는 18일 수원 두산전에서 3안타를 쳐내며 수훈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그런 것을 신경 쓰는 편이 아니라 괜찮다. 그날 벌어진 일은 그날 잊히는 것이고, 태인이가 그날 좋은 투구를 해서 내가 진 게 맞다”고 했다. 그러나 이내 “잘 던진 건 맞는데 정말 태인이가 그렇게 말했느냐”고 미소를 지었다. 친한 동생의 애정 담긴 도발에 당황한 모양이었다.

 

 이마저도 동기부여다. 원태인뿐 아니라 이미 롯데 서준원과 한동희, 키움 이정후, 두산 이영하 등과 같은 일을 겪었다. 승부욕이 강한 친구들끼리 서로의 말과 생각을 원동력 삼아 살아남고 있다. 이번 원태인의 도발도 유쾌하게 받아칠 수 있는 이유다. 강백호는 “태인이 정말 좋은 투수입니다”라고 말했다. 한 마디 응수에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KT 제공

 

사진설명: 강백호가 12일 삼성전서 홈런을 친 뒤 최만호 주루코치를 향해 세리머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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