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일 동안 쌓인 흉터만 4개…역경 담긴 ‘스크루볼’이 돌아왔다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지난 2017년 9월2일(이하 한국시간) 마운드에 오른 이후 1000일이 지났다. 오랜 시간 동안 마운드가 아닌 수술대에 올랐다. 네 차례 수술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공을 잡을 수 있었다. 스크루볼을 구사하는 유망주 투수 브렌트 허니웰 주니어(26·탬파베이 레이스) 이야기다.

 

 허니웰은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은퇴한 투수 브렌트 허니웰의 아들이다. 고교 졸업 후 드래프트 지명을 받지 못해 대학에 진학했고, 지난 2014 아마추어 드래프트 2라운드에 탬파베이 유니폼을 입었다. 부친과 달리 마이너리그 단계를 거치는 동안 평가는 고공행진이었다. 대다수 매체의 유망주 평가에서 매년 순위 급상승을 이뤘다. 150㎞를 웃도는 속구와 체인지업은 물론 주무기인 스크루볼 구종에 대한 관심이었다. 유망주 성장에 일가견이 있는 탬파베이 소속인 만큼 허니웰의 꽃길 예상은 당연했다.

 

 2018년 모든 게 꼬였다. 3월 스프링캠프에서 허니웰이 연습투구 중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허니웰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1년 동안 재활에 매진한 허니웰은 2019년 6월 다시 공을 잡았다. 마이너리그 등판을 앞두고 팔꿈치 뼈 골절을 진단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다시 회복에 신경을 쏟던 중 이번에는 척골 신경 손상으로 수술방에 들어갔다. 6개월 뒤에는 관절경 수술로 팔꿈치 뼈의 일부를 깎아냈다. 유망한 투수의 팔에는 999일 동안 4개의 흉터가 생겼다.

 

 허니웰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12일 메이저리그(MLB) 뉴욕양키스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약 34개월을 허송세월로 보낸 만큼 관심의 차이는 이전과 확연하다. 특급 유망주라 불리던 그는 이제 탬파베이 유망주 중 한 명. 그러나 투구분석이 다시 허니웰을 향한 관심을 키웠다. 총 21구를 던졌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스크루볼. 팔에 흉터를 남긴 역경이 담긴 공이자 허니웰을 향한 기대치를 키운 그 구종이다.

 

 관중석에 앉아 아들의 복귀전을 지켜본 부친, 재활 과정을 함께 한 폴 하커 의학 코디네이터는 허니웰의 재기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케빈 캐시 감독은 “그는 수많은 재활 과정에서 언제든지 엇나갈 수 있었지만 스스로 정말로 좋은 투수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오늘까지 버틸 수 있었다”면서 “만약 당신이 무언가를 극복하고 싶다면 허니웰 주니어처럼 하면 된다”고 했다.

 

 복귀전을 마친 후 허니웰은 다시 대체 캠프에 배정됐다. 시간을 두고 다시 준비하려는 계획이다. 허니웰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난 이제 스물여섯 살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탬파베이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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