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츠 에이스는 지독한 불운의 사나이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이 정도면 운명이라고 봐야 할까.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불운한 사나이로 손꼽히는 에이스, 뉴욕 메츠 투수 제이콥 디그롬(33)이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디그롬은 11일(이하 한국시간)미국 뉴욕주 시티필드에서 열린 마이애미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완벽투를 선보였다. 8이닝 14탈삼진 1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플러스(선발 7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그러나 팀 타선이 1점도 뽑아내지 못했고, 9회 구원 등판한 투수 에드윈 디아즈가 추가 실점을 내주면서 디그롬은 패전 투수가 됐다.

 

 지난 2010 아마추어 드래프트 9라운드에 메츠 유니폼을 입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로 시간을 보냈다. 본격적으로 눈을 뜬 시점은 2014시즌. 9승을 챙기면서 신인왕을 차지했다. 100마일을 웃도는 강속구와 제구력,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팀의 에이스로 자리했다.

 

 2017시즌부터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챙겼고, 2018년(10승9패 평균자책점 1.70)과 2019년(11승8패 평균자책점 2.43)에는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까지 수상했다. 2019시즌에는 빅리그 역대 최다 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26경기)를 기록하기도 했다. 60경기 체제로 치러진 지난해에도 4승2패 평균자책점 2.38로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올랐다.

 

 이룰 것을 다 이룬 투수다. 그런데 불운의 대명사로도 불린다. 세부지표를 보면 디그롬의 씁쓸한 미소를 이해하기 쉽다. 디그롬은 두 차례 사이영상을 역대 최소 승수로 수상했다. 선발승리가 주요한 평가 지표가 아니지만 경쟁자들과 큰 차이가 나면 감점 요소일 수밖에 없다. 디그롬은 나머지 세부지표로 그 평가를 뒤집은 것이다.

 

 올해도 똑같다. 지난 6일 필라델피아와 개막전에서 디그롬은 6이닝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2점차로 리드한 상황서 불펜 계투조에 마운드를 넘겼다. 그런데 불인에 8회에만 5점을 내주면서 경기가 뒤집혔다. 디그롬의 승리투수 요건은 물론 팀 승리가 모두 사라졌다. 빅리그 통산 70승을 챙긴 디그롬이 불펜 난조로 승리를 날린 경우는 총 32회.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디그롬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디그롬은 공식 인터뷰마다 “팀을 위해 무실점으로 막아야 했는데 몇 가지 실수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자책한다. 매 경기 완봉승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디그롬은 불운 그 자체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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