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히트 파트너만 2회…인생은 샌디에이고 카라티니처럼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B) 데뷔 5년차. 풀타임 경험도 없고 두 차례 트레이드에서 핵심인 적도 없다. 마이너리그에서 기다린 4시즌까지 포함하면 철저히 조연이다. 투수 다르빗슈 유 전담포수라는 게 그나마 자랑거리였던 그가 이제 명품조연이 됐다. 샌디에이고 포수 빅터 카라티니(28) 이야기다.

 

 카라티니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진귀한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텍사스전서 투수 조 머스그로브와 배터리로서 노히트 기록을 합작했다. 노히트는 한 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고 9이닝을 마친 것을 의미한다. 샌디에이고 구단 역대 최초 기록. 지난해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투수 알렉 밀스와도 노히트 경기를 완성했던 카라티니는 2년 연속 노히트 포수로 이름을 올렸다. 빅리그 역사 중 다른 팀 소속으로 두 시즌 연속 노히트를 경험한 포수는 이번이 최초다. 2년 연속 노히트 포수는 10회다.

 

 이보다 짜릿한 반전이 있을까. 카라티니는 지난 2013년 아마추어 드래프트 2라운드에 애틀랜타에 지명됐다. 이듬해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돼 마이너리그 단계를 모두 경험했다. 2017년 꿈의 무대를 밟았고 2년 간 백업 포수였다. 2019시즌 포수와 코너 내야수로 총 95경기에 나섰고, 60경기 체제로 진행된 지난해에도 44경기에 나섰다. 해를 거듭할수록 출전 빈도를 높였지만 안방마님도 아니었고, 스타급 플레이어도 아니었다.

 

 이름을 알린 일이 그나마 독특하다. 지난 겨울 샌디에이고와 시카고 컵스가 트레이드를 합의하는 과정을 현지 언론이 먼저 보도했다. 다르빗슈가 “관련 소식을 사전에 전해듣지 못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가운데 카라티니는 SNS를 통해 해당 기사 링크를 다르빗슈에게 전달했다. 다르빗슈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너도야”였다. 컵스가 카라티니를 다르빗슈와 함께 샌디에이고로 보내기로 결정했는데 카라티니 역시 자신의 이적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단짝과의 동반 이적이 확정된 순간이다.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올해도 카라티니는 주전포수가 아니었다. 오스틴 놀라가 개막을 앞두고 부상자명단(IL)에 이름을 올리면서 개막전 마스크를 썼다.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놀라가 복귀하기 전까지 시한부 안방마님인 셈이다. 그런데 마감기한이 지나기 전에 카라티니가 역대급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인생은 카라티니처럼이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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