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가슴에 새겨진 ‘C’…전준우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아요”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아요.”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고 했다. 베테랑 전준우(34·롯데)의 유니폼에 ‘C(captain)’가 새겨진다. 2021시즌 거인군단을 이끌 주장으로 선임됐다. 프로데뷔 후 처음이다. 예견된 수순이다. 전준우는 2008년 입단 후 롯데에서만 통산 12시즌을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기량은 물론 인성적인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선수단 사이에서 신망도 두텁다. 전준우는 “솔직히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면서 “팀이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결코 쉽지 않은 자리다. 무게감이 상당하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한다. 선수단 및 코치진, 프런트 중간에서 창구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신경 써야 할 것들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 2시즌 동안 주장 완장을 찼던 손아섭, 민병헌 등은 전에 없던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어깨가 무거울 법도 하지만 전준우는 오히려 담담한 모습이었다. “세세하게 들어가면 정말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야구를 더 잘하고 싶어요.” 전준우의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바람이다. 대신 고민의 지점은 야구 자체로 한정한다. 외적인 요소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앞두고 있었던 지난 시즌은 물론 FA 계약 첫 해였던 올해도 마찬가지. 오랜 시간 꾸준한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주장으로서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준우는 “야구할 때 항상 부담을 가지고 있다. 단,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지 다른 건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매 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올 시즌 143경기에서 타율 0.279(562타수) 26홈런 96타점 95득점 등을 올렸다. 팀 내 홈런 1위, 타점 2위 등에 해당하는 성적표다. 외야 수비에서도 한층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변수가 많은 가운데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한 셈이다. 정작 본인은 부족한 부분부터 보이는 듯하다. 전준우는 “(작년과 비교해) 홈런은 올랐지만 타율이 떨어졌다. 타율이 뒷받침됐다면 다른 부분도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시즌 중반 체력이 살짝 떨어졌다”고 냉정히 돌아봤다.

 

전준우의 시선은 일찌감치 2021시즌을 향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훈련을 시작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 지(10월 30일) 약 한 달만이다. 전준우는 “그간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이젠 슬슬 운동할 때가 됐다고 느꼈다”며 웃었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일단 웨이트, 유산소 운동 등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이어트도 병행하고 있다.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다. 전준우는 “경기장에서 더 잘 뛰고 싶고 몸 컨트롤도 더 잘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나’만 잘하면 되지 않을까요.” 롯데는 2018시즌부터 3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해는 마지막까지 5강, 5할 승률을 두고 경쟁했기에 아쉬움은 더 크다. 그래서 더 내년이 중요하다. 각오를 묻는 질문에 전준우는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잘하면 팀 성적도 좋더라”고 덧붙였다. 주장으로서 동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전준우는 “언뜻 이기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선수 개개인이 자신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결국 전체의 힘이 강해지는 것이라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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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의 새 주장이 된 전준우가 2021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선수 개개인이 자신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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