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박은빈 “클래식과 바이올린, 작품 선택의 이유였죠” (인터뷰①)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배우 박은빈을 떠올리면 드라마 ‘청춘시대’ 송지원, ‘스토브리그’ 이세영이 차례로 떠오른다. 이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채송아까지 더해졌다.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연기가 시청자를 움직인다. 박은빈은 이렇게 차근차근 자신의 대표작을 쌓아가는 중이다. 

 

지난 20일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감성적인 종영을 맞았다. 흔들리고 방황하던 청춘 채송아(박은빈)와 박준영(김민재)은 꿈과 사랑에서 모두 행복을 찾았다. 뜨거웠던 스물아홉 채송아의 삶을 통해 박은빈은 자신의 찬란한 스물아홉을 기록했다.

 

종영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월드와 만난 박은빈은 “코로나 이슈도 있었고, 태풍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촬영이 지연될 때마다 ‘제발 무사히 끝나는 것’을 일차 목표로 삼았다”며 완주를 자축했다. 그 뒤로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몫을 해냈다는 만족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흔들리는 꿈과 사랑을 그려나갔다. 박은빈은 “너무 잔잔하고 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감정선이 와닿으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질 것 같았다”라고 짚었다. ‘청춘 멜로’를 지향한 만큼 만연해 있는 자극적인 콘텐츠와 다른 결으로 차별성을 가질 수 있으리라 예상했고, 그의 예상은 어느정도 맞아떨어졌다. 

 

“삶에 지친 청춘에게 위로되는 부분이 있었고, 이에 공감하고 자신에게 이입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꼭 20대 만이 아니라 20대를 지나며 청춘의 향수 느끼고 계신 분들도 그렇고 이런 미래 준비하고 있는 10대도 마찬가지죠. 사람사는 이야기를 통해 공감 할 수 있는 포인트를 잡은 것 같아요. 바이올린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대상을 바꿀 수도 있었죠. 송아를 응원하는 분들은 송아에 자신을 투영시켜 삶을 돌아보고, 송아를 응원하며 자신을 응원할 수 있길 바랐죠. 주된 감정선이 시청자에게 복잡하지 않게 닿길 바랐어요.”

 

JTBC ‘청춘시대’를 기점으로 캐릭터의 다변화를 꾀했다. “어렸을 때는 채송아와 비슷한 결의 연기를 많이 했지만, ‘청춘시대’ 이후로 달라졌다. 스스로 연기폭을 넓히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다른 결을 가진 캐릭터를 보여준다면 배우로서 새로운 재미를 찾게될 거란 생각도 있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출연 이유도 연장선상에 있었다. 

클래식을 소재로 한다는 점도 구미를 당겼다. 평소 클래식을 좋아했지만, 모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라는 생각은 없었다. 걱정과 동시에 클래식을 좋아하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만의 감성을 좋아해줄 사람들이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고, 출연을 결정했다.

 

바이올린을 하는 여주인공이라는 설정도 좋았다.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싶었던 개인적 열망이 캐릭터에 잘 녹아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선택을 도왔다. 어떤 작품을 해야할까, 스스로에게 확신이 필요하던 시기에 채송아를 만났다. 

 

극 중 송아는 4수 끝에 입학한 음대에서 번번이 한계를 느꼈다. 자신에게 행복을 주던 바이올린이었지만 결국엔 놓아줄 수밖에 없는 과정을 그리며 고민했고, 주저했고, 성장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말문을 연 박은빈은 “무언가를 실컷 사랑하다 쉽게 놔주는 것이 과연 사랑인가 생각이 들었다”라고 송아의 감정을 설명했다. 

“누군가는 미련하다 해도 너무 사랑해서 쉽게 놓지 못하는 거 아닐까요. 그만큼 좋아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죠. 한순간에 놔준다면 딱 그정도의 사랑이었을 거예요. 놓기 위해 앓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만큼 많이 사랑했다는 의미 같았어요. 답답하게 보인 부분도 기승전결을 보여줘야 하는 드라마에서 필수적인 구간이라 생각했죠. 우리 드라마가 판타지처럼 뛰어넘을 장치 존재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떻게 보면 현실을 반영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청춘 멜로로서 최대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감독님도 송아가 바이올린을 놓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싶었고, 그 이야기가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사랑했던 대상을 보내주는 것, 비슷한 처지의 시청자가 위로와 위안 얻길 바라는 게 연기하는 동안 저의 과제였어요. 굳이 비교하자면 송아가 바이올린에 진심이었듯, 저는 연기에 진심인 삶을 찾았어요. 송아는 바이올린 놓고 행복한 길을 찾아나섰지만, 저는 송아만큼 불안한 청춘은 아니예요. 그래도 송화의 삶에서 열정을 투영시킬 수 있었어요.”

 

대역없이 선보인 수려한 바이올린 실력도 화제가 됐다. ‘스토브리그’를 마치고 3개월 남짓의 레슨 기간동안 쌓은 실력이었다. “10곡 정도 배웠는데, 방송에는 극히 일부만 나갔다”라고 아쉬움을 전한 그는 “틈틈이 혼자 연습 최대한 많이 하려고 했다. 10곡을 배우는 동안 실력이 많이 향상됐다”라고 답했다. 다만 연주를 하며 감정선을 채워야하는 후반부 촬영은 힘겹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박은빈은 극 중 송아가 바이올린을 좋아하는 이유를 언급하며 바이올린의 매력을 설명했다. 연주자 스스로, 흔들림 없이 두 발로 연주하는 악기여서 좋았다는 송아의 말처럼 자신을 지탱하면서 몸과 악기가 호흡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악기라고 표현하며 “이번에 그 매력을 흠뻑 알게 됐다”라고 밝게 웃었다. 

 

학창시절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었지만 배우로 활동하며 병행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 입학과 동시에 엄마에게 바이올린을 선물 받았다고.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들고 한 학기 정도 레슨을 받았지만 실제로 무대에 오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극 중 송아의 감정에 진심을 담아 표현했다. 

 

“처음 무대에 설 수 있어서 감격했어요. 송아와 같은 마음이었죠. 신나더라고요.(웃음) 100여 명의 오케스트라랑 하모니를 내뿜는 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송아 덕분에 내가 하고 싶었던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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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무액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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