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박은빈 “스물 아홉에 만난 채송아, 나의 20대 돌아봤어요” (인터뷰②)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제게 참 선물같은 작품이었어요.”

 

지난 20일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감성적인 종영을 맞았다. 흔들리고 방황하던 청춘 채송아(박은빈)와 박준영(김민재)은 꿈과 사랑에서 모두 행복을 찾았다.  스물 아홉의 배우 박은빈이 스물 아홉의 청춘 채송아를 만났다. ‘청춘’이라는 이름 하에 시청자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박은빈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흔들리는 꿈과 사랑을 그려나갔다. 종영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월드와 만난 박은빈은 “코로나 이슈도 있었고, 태풍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촬영이 지연될 때마다 ‘제발 무사히 끝나는 것’을 일차 목표로 삼았다”며 완주를 자축했다. 그 뒤로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몫을 해냈다는 만족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터뷰①에 이어)

1998년 SBS 드라마 ‘백야 3.98’로 시작해 데뷔 23년 차에 접어들었다. 최근 연이어 주연작의 성공을 거두면서 그간의 경험이 빛을 발하고 있다. ‘한계’에 관한 질문을 던지자 박은빈의 단단한 내공이 더욱 돋보였다. 송아가 그러했듯 배우로서 한계를 느낀 적이 없는가 묻자 박은빈은 “아직 나도 나의 한계를 확인하지 못했는데 남이 나의 한계를 지어주는 것 같을 때 불편함을 느낀다. 그럴 때 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 힘이 느껴진다”라고 답했다. 겉모습은 여려도 내면에 존재하는 뚝심을 스스로도 확인하게 된다고.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한 발짝씩 자신의 길을 걸어가자는 다짐이 생기곤 한다. 

 

서른을 앞둔 그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부제 중 하나였던 ‘다 카포(Da Capo)’를 떠올렸다. ‘처음으로 되돌아가서’라는 의미를 되새기며 비록 새롭거나 낯설지 않아도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고민하고자 한다. 그는 “언제 연기를 하고 어떤 마음으로 대본을 읽느냐도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제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려 한다”라고 답했다. 악역을 향한 귀여운 열망도 내비쳤다. “너무나 하고싶다”라고 열의를 드러낸 박은빈은 “지금까지 선한 캐릭터, 내면에 심지있고 정의로운 캐릭터를 많이 맡아왔다. 만일 내게 인간 박은빈이 실제로 살 수 없는 삶을 연기할 기회가 생기면 날아다닐 것 같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인성 빼고 다 갖춘 캐릭터’를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쉬지 않고 필모그라피를 쌓아온 그의 뒤에는 ‘책임감’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그를 다음 단계로 발전시켰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정신력으로 버텨온 것 같아요. 스스로 기대치를 세워두면 도달하지 못했을 때 의구심을 많이 가졌거든요. 왜 안될까, 내가 이정도 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인가, 한계에 대해 갱신하면서 사는 편이었어요. 스스로 물음표를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들이 또 다른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이 있어서 다음이 기대되기도 해요.”

 

‘확신’이라는 감정이 가지는 책임감의 무게도 여실히 깨달았다. 자신의 선택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기도 했고, 그 책임을 남에게 돌리고 싶었을 때도 있었지만 결국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확신이 없을 때는 ‘도전’이라는 단어에 기대어 한 발씩 내딛었다고 고백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나본 박은빈은 ‘천상 배우’였다.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고민과 스트레스를 이겨낼 만큼 잘 해냈을 때의 성취감과 즐거움을 얻고 있었다. “배우만큼 나의 니즈를 잘 충족시켜주는 직업이 없는 것 같다”라고 설명한 그는 “짧은 시간 안에 한 사람의 인생을 기승전결에 맞춰 살고, 감정을 떠나보내고 하는 과정들이 나에겐 즐거운 작업인 듯 하다”라고 이유를 찾았다. 가끔 ‘특별한 이벤트’로 엄마를 졸라 연기하던 아역 시절을 시작으로 좋은 선배들을 만나고, 칭찬을 받는 즐거움 속에 발전을 꾀하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그렇게 찾은 의미의 연속이 지금의 배우 박은빈을 만들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준비하며 적은 연기노트에는 ‘송아의 크레센도를 위해, 그저 건강하고 즐겁게’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박은빈은 연기를 잘 한다’라는, 어찌 보면 연기자로서 당연히 듣고 싶을 그 이야기를 갈망했다. 마음먹고 도전한 멜로 장르를 잘 마치는 것 역시 이번 작품의 목표였다. 박은빈이 이런 장르도 소화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역할도 해낼 수 있다는 것. 배우로서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20대의 끝자락에 선 박은빈은 “올해는 정말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뒤돌아보면 더 최선을 다할 수 있지 않았나 싶은 나날이었지만, 그에게 2020년은 만족스러운 한해다. 박은빈은 스스로에게 “한해동안 건강을 지키느라 애썼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았다”는 격려와 “남은 시간은 편하게 쉬며 20대를 잘 마무리하라”는 인사를 건넸다. 

 

스물 여덟 그에게 ‘스토브리그’가 남았다면, 스물 아홉 박은빈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기억될 것이다. 스물 아홉에 스물 아홉 송아를 만나 더 운명적으로 느껴졌다. “나이 차가 나면 간극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했을 텐데, 이번엔 전혀 그런 걱정이 없어서 좋았다”는 그는 “송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안녕을 고하는 상황을 보면서 나도 내 20대를 돌아볼 수 있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참 선물같은 작품이었다”라고 의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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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무액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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