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DH 조기시행, 선수 부담 커졌다

 

[스포츠월드=수원 이혜진 기자] “선수들이 힘들 것이다.”

 

KBO리그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을 늦게 시작한 데 이어 이번에는 역대급 긴 장마에 울상이다. 계속되는 폭우로 취소 경기들이 쌓여가고 있다. 10일 기준 예정된 경기의 11%가 넘는 44경기가 미뤄졌다. KBO는 결국 칼을 빼들었다. 혹서기(7~8월)엔 더블헤더를 치르지 않기로 했던 기존 방침을 수정했다. 9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더블헤더 편성을 일주일 앞당겨 이달 25일부터 적용키로 했다.

 

KBO의 강수.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 가을야구를 넘어 겨울야구가 현실화되고 있다. 일단 KBO는 포스트시즌을 위해 11월 30일까지 고척스카이돔을 대관해놓았다. 심지어 12월부터는 프로야구 선수 비활동 기간이다. 이후에도 경기를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사정을 알기에 현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날씨가 추울 때 경기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금 하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급한 불을 껐을 뿐이다. 더블헤더의 피로감은 고스란히 현장에 쌓인다. 각 팀의 사령탑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단연 선수들의 부상이다. 가뜩이나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는 선수가 많은 가운데 체력적으로 힘든 일정까지 소화해야 한다. 부상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강철 감독은 “아무래도 선수들이 많이 힘들 것이다. 선발 투수는 한 경기만 나오면 되지만 불펜과 야수들이 계속 뛰어야 한다. 우리 팀은 베테랑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더 걱정된다”고 전했다.

 

끝이 아니다. 단순히 경기를 강행하는 것뿐 아니라 어떤 경기를 보여주느냐에 대한 고민도 뒷받침돼야 한다. 사실 현장에선 개막 전부터 불안감이 감지됐다. 류중일 LG 감독을 비롯해 염경엽 SK 감독, 김태형 두산 감독, 이강철 감독 등이 한 목소리로 경기 수를 줄여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허문회 롯데 감독은 “장마까지도 어느 정도 감안해서 일정을 짰어야 한다”면서 “선수 보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의 질도 나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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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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