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현장메모] 안양vs제주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어색한 웃음이 흐른 사연

 

[스포츠월드=안양 김진엽 기자] “모든 것이 조심스럽네요.”

 

또 한 번의 라이벌 매치가 K리그2를 강타한다. 제주유나이티드와 부천FC1995, 부천과 제주의 두 번째 ‘연고 이전’ 더비가 목전이다.

 

두 팀의 사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로 연고를 옮기기 전까지 경기도 부천에 연고를 뒀다. 현 모기업인 SK에너지의 이름은 딴 부천 SK로 부천 시민들과 호흡했던 팀이다. 하지만 제주로 연고지 이전을 결정하면서 갑작스레 팀이 사라졌다. 그렇게 현 제주가 탄생했고 눈앞에서 팀을 잃은 부천팬들은 지금의 부천을 만들었다.

 

두 팀이 속한 리그가 달라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지난 시즌 제주가 K리그2로 강등되면서 마침내 맞대결이 성사됐다. 약 13년여 만에 5월 26일에 경기를 펼친 ‘연고 이전‘ 더비가 펼쳐졌고 제주의 극장골로 첫 번째 경기 막을 내린 바 있다.

 

이런 스토리를 가진 두 팀은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오는 12일 제주 안방에서 다시 만난다. 부천은 복수와 순위 상승을 위해 제주는 지금의 6경기 무패를 이어 리그 선두 도약을 꾀하고 있다.

 

마침 이런 빅매치를 앞두고 부천 출신인 제주 선수 두 명이 5일 FC안양 원정으로 치른 ‘하나원큐 K리그2 2020’ 9라운드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최근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성공적인 변신을 해 ‘수트라이커’라는 별명을 얻은 임동혁과 결승골을 넣은 공민현이 그 주인공이다. 경기 후 두 선수는 이번 시즌 활약 및 최근 경기력에 대해 이야기를 한 뒤 자연스레 부천전으로 주제가 옮겨졌다. 

 

선수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기자회견이었다. 말 한 마디로 부천 팬들의 원성을 사거나 제주 팬들을 실망시킬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천에 대해 질문 받은 두 선수 모두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굉장히 주의를 기울이는 선수들의 모습에 기자회견장 내 어색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부천에서 프로 데뷔해 지난 시즌까지 뛰었던 임동혁은 “부천을 만나면 부담스럽다”며 조심스럽게 운을 뗀 뒤 “그래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프로선수의 자세를 보였다. 득점 후 세리머니 여부를 묻자 “안하고 조용히 걸어 나와야 할 것 같다”며 어색하게 웃었다.

 

 

공민현은 “좋은 추억이 있는 팀이다. 그래서 만나면 반갑지만 제주가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자신에게 쏠릴 수도 있는 부천 출신 제주 선수라는 타이틀이 임동혁에게 크게 쏠린 것이 퍽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 모양새. 그는 “(임동혁에게 쏠려있어)아무래도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wlsduq123@sportsworldi.com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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