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엿보기]사과 오가는 위즈파크…강철·재균 잇는 전우애

[스포츠월드=수원 전영민 기자] “얼마나 힘든지 알아서 더 미안하죠.”

 

 이강철(54) KT 감독은 지난해부터 항상 황재균(33)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너무 미안하다”고 말해왔다. 황재균이 슬럼프에 빠지면 제대로 관리해주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반대로 황재균이 맹타를 휘두르거나 호수비를 하면 다른 선수만큼 쉬게 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황재균도 똑같다. 성적이 나지 않을 때는 중고참 역할을 놓쳤다고, 맹타를 휘두를 때는 기대에 부응하는 게 늦었다는 생각에 고개를 숙였다.

 

 사제지간 사과는 최근에도 오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황재균의 타격감이 뜨거워진 시점이랑 맞물린다. 황재균은 얼마 전 이 감독을 찾아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믿고 기회를 줬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감독은 “재균이가 내심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에는 장난으로 내게 ‘하라고 하시는 것 다 하겠습니다’라고 하더라”며 “그런데 그 말을 한 뒤부터 재균이 타격감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접전 상황에 희생 번트까지 자처하더니 이제 자신감도 다 찾은 모양”이라며 웃었다.

 

 실제로 개막 후 한 달이 넘은 시점까지 2할대 초반이었던 황재균의 시즌 타율은 어느새 3할을 넘어섰다. 단타로 타율만 유지한 게 아니라 이 감독이 바라는 장타도 연달아 생산하고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0.487(39타수 19안타), 3홈런 12타점도 쓸어 담았다. 같은 기간 모든 타격 지표에서 팀 내에서 가장 뜨거운 사나이다. 수치화할 수 없는 수비도 호수비로 상대 안타와 득점을 지운 게 몇 차례다.

 

 그래서 이 감독은 다시 한 번 황재균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처음부터 절정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했다는 생각에서다. 백업 자원도 마땅치 않아 유한준 박경수처럼 교체로 체력을 안배해줄 수도 없다. 이 감독은 “사실 2할에서 3할까지 타율을 올리는 일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재균이가 3할 타자라는 게 입증이 되고 있는 것”이라며 “워낙 체력이 좋은 선수니까 걱정은 없다. 다만 더 도와주지 못하는 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사과가 오가는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이 감독과 황재균은 전우애로 이어져 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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