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슈] 이동국-차두리 ‘무릎꿇기’… 한국에도 불어온 ‘인종차별 반대’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아이들이 자라는 미래에는 없어져야 한다.” 이동국(41·전북현대)

 

“모두가 존중받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차두리(40·오산고 감독)

 

한국 축구계에도 인종차별 반대 바람이 불고 있다.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은 지난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FC서울과의 K리그1 원정경기에서 2-1로 앞서 후반 9분 쐐기골을 터트린 뒤 그라운드 한편으로 달려가 한쪽 무릎을 꿇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같은 날 차두리 오산고 감독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에는 차두리 감독이 FC서울 18세 이하 유스팀 제자들과 함께 그라운드 센터서클에 둘러앉아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바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퍼포먼스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이었던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사회는 격분했고, 미국 전역 곳곳에서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평화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과정에서 한쪽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한쪽 무릎꿇기 퍼포먼스는 전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선수였던 콜린 캐퍼닉이 처음 선보였다. 지난 2016년 8월 NFL 경기를 앞두고 미국 국가가 연주되자 국민의례 대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당시 미국 경찰의 총격으로 흑인이 잇따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캐퍼닉은 “흑인과 유색인종을 탄압하는 나라의 국기에 존경을 표하기 위해 일어설 수 없다”며 한쪽 무릎을 꿇은 것이다. 당시 엄청난 논란이 일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끔찍하다”며 캐퍼닉을 비난했고, 캐퍼닉은 쫓겨나듯 은퇴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일어나면서 재조명받고 있다. 캐퍼닉은 현재 흑인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프로스포츠 무대에서 사실상 가장 먼저 무릎꿇기 퍼포먼스를 선보인 이동국은 “외국 생활을 할 때 (인종) 차별을 느낀 적이 있었다”며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는 미래에는 그런 것들이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늘 했다”고 동참 이유를 설명했다. 차두리 감독 역시 “피부색, 태생, 환경 그 무엇도 차별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모두가 존중받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강조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차두리 오산고 감독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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