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우리 가족 행복하자”…이재영-이다영, 쌍둥이네 이야기

이재영(왼쪽)과 이다영

[스포츠월드=용인 최원영 기자] 1996년 10월 15일 전라북도 익산시 모현동. 울음소리부터 우렁찬 쌍둥이가 세상에 나왔다. 언니의 이름은 이재영, 동생은 이다영. 모현동 쌍둥이 자매는 걸음마를 떼자마자 동네를 주름잡았다. 운동선수 집안에서 자라 유전자가 남달랐다. 아버지 이주형 씨는 육상(해머던지기), 어머니 김경희 씨는 여자배구(세터) 국가대표 출신이다. 첫째인 언니는 펜싱, 둘째인 쌍둥이와 막내 남동생은 배구와 인연을 맺었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무럭무럭 자라 여자배구계를 호령하는 국가대표 레프트, 세터가 됐다.

 

▲우당탕탕, 그래도 행복한 쌍둥이네=어릴 때부터 유난히 활발하고 쾌활했다. 강철 체력을 지녔다. 운동을 시작한 것도 에너지를 건강하게 표출하기 위해서였다. 자매를 훌륭히 키워낸 김경희 씨는 요즘도 할 일이 많다. 딸들의 활력을 감당하느라 바쁘다. 그의 핸드폰은 조용할 날이 없다. 틈만 나면 전화기 속 “엄마, 이다영 왜 저래?”, “엄마 나 데리러 와주라”, “우리 놀러가자” 등 딸들의 애교 섞인 목소리를 듣는다.

 

쌍둥이는 “우린 나름대로 효녀”라고 미소 짓는다. 못하면서도 잘하고, 속 썩인 만큼 보답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 용돈도 두둑이 드린다며 웃음을 터트린다. 이들은 “우린 성격상 부족한 걸 못 참는다. 무엇이든 무조건 거대하게, 아주 넘쳐흐르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루는 콜라가 먹고 싶다는 엄마의 말에 음료수 100병을 선물했다. 식사할 때도 먹고 싶은 메뉴를 잔뜩 시킨다. 자매의 부모는 “또 시작이군”이라며 익숙한 듯 잔반 처리에 나선다. 늘 왁자지껄하다.

 

이들의 손길은 남동생에게도 향한다. 이재현 군은 남성고 2학년 레프트다. 평소 이다영보다는 이재영과 자주 연락한다. 이다영은 “걔는 용돈 필요할 때만 손을 내민다. 나한텐 연락을 잘 안 하더라. 나도 용돈 주는데”라며 “재영이와 같은 포지션이라 나는 별 도움이 안 되나 보다. 괜찮다. 필요 없다”며 웃었다. 이재영은 “나도 자주 하진 않는다. 본인이 궁금한 게 있거나 운동이 잘 안 될 때 이것저것 묻더라”며 “운동 스타일이 나와 정말 비슷하다. 키(187㎝)만 더 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래, 우리 함께=이재영과 이다영은 초중고를 함께 나온 뒤 프로에서 팀이 갈렸다. 새 시즌부터는 한 팀에서 뛴다. 나란히 FA 자격을 얻어 이재영은 흥국생명 잔류, 이다영은 현대건설에서 이적해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한 종목에서 발맞춰 걷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됐다. 이제는 소속팀에서 동고동락한다.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다. 시기상 볼 운동보다는 각자 몸을 만드는 기간이다. 그래도 서로 붙어 있으니 마음이 편하다. 이들은 “사실 내 운동하기 바쁘다”면서도 “우린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통한다. 대표팀에서 손발을 맞춰왔으니 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가 흥국생명을 주목한다. 쌍둥이의 합체만으로도 화젯거리다. 당사자들은 무덤덤하다. 부담감을 느끼진 않는다. 이다영은 “성격이 단순해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굳이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영도 “내가 좋아하는 배구를 한다는 사실은 똑같다. 압박감을 느끼고 싶진 않다. 하던 대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쉴 새 없이 티격태격하는 사이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만은 애틋하다. 이재영은 “다영이가 아프지 않고 잘했으면 한다. 우리는 연차나 맡은 역할 상 팀을 이끌어가야 한다”며 “세터로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기본을 충실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건넸다. 이다영은 “재영이가 지난 시즌 부상으로 꽤 결장했다. 힘내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더라”며 “재영이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건강하게 운동했으면 한다. 내가 힘을 팍팍 불어넣어 주겠다”고 화답했다.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이재영과 이다영에게 원동력이 되는, 힘을 주는 이는 역시 부모님이다. 이다영은 “아프지 말고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자”며 짧고 굵은 한 마디를 남겼다. 이재영은 “앞으로는 지금보다 행복할 일이 더 많을 거라 믿는다. 항상 좋을 수는 없겠지만, 힘든 날이 오더라도 긍정적으로 이겨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우리가 꼭 성공해서 부모님의 사랑에 보답하겠다. 우리 방식대로 거대하게 보여드릴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어머니 김경희 씨는 “배구를 해야 할 날이 더 많이 남았다. 부상 조심하고 몸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지금도 잘하고 있다는 걸 안다. 행복하게 배구하는 딸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인생 선배로서 들려주고 싶은 말도 있다. 그는 “늘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타인을 배려하면서 살아야 한다. 배구선수도 공인임을 잊지 말고 모범이 되는 삶을 살자”고 조언했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용인 김두홍 기자, 본인 제공 / 영상=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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