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영상의학과 머리 맞댔더니... 자궁근종 치료효율 ‘쑥’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다학제적 진료 앞장
종양 크기·위치·성질 따라 일으키는 증상 달라… 정확한 진단 필요
연령대 등 환자 상태 고려한 다양한 접근… 개인 맞춤처방 가능

[정희원 기자] “자궁근종 치료에 ‘단 한 가지’ 정답은 없습니다. 환자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제시하는 게 가장 좋은 치료입니다.”

 

김재욱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장은 효율적인 자궁근종 치료의 첫 걸음으로 정확한 진단, 맞춤처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정 시술이 아닌 환자를 위한 대안을 고민해보고 최선의 방법을 제안하는 게 골자다. 국내 42만여명 자궁근종 환자에게 일괄적인 치료가 아닌, 각각 환자의 상황에 맞는 42만개의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자궁 내 근육층에 자리 잡은 양성종양의 일종인 자궁근종은 가임기 여성에게 골치 아픈 존재다. 감당하기 어려운 월경과다, 만성빈혈 등을 일으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자궁근종은 종양의 위치·크기·성질 등에 따라 일으키는 증상이 다르고, 치료법 적용에도 영향을 주는 등 복합적인 양상을 보인다. 상황에 맞는 처방이 이뤄지지 않으면 치료효과 자체가 저조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산부인과·영상의학과 등 관련 분야 전문의들이 머리를 맞대고 복합적인 진단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 이처럼 한가지 질병에 대해 관련된 각 과의 의료진이 함께 치료법을 모색하는 것을 ‘다학제적 진료’라고 한다.

다학제적 진료는 전형적인 ‘히어로 영화’에 빗댈 수 있다. 주인공이 ‘최종 보스’를 물리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대체로 주인공과 친구들이 힘을 합치는 장면이 드라마틱하게 묘사된다. 

 

자궁근종 치료도 마찬가지다. MRI 등 영상 판독·인터벤션 치료에 능숙한 영상의학과 전문의, 전통적인 수술에 강한 산부인과 전문의 등이 힘을 합칠수록 다양한 치료법을 도출할 수 있다. 각자의 주특기를 모아 자궁근종이라는 ‘빌런’을 제거하는 셈이다. 

 

또 단순히 종양의 상태나 증상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환자의 건강 상태, 연령대, 출산계획 유무, 환경적·경제적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곳 김하정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자궁근종은 생명과 직결됐기보다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만큼 의사도 이왕이면 환자의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을 택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했다. 

 

자궁근종 치료법은 다양하지만, 환자들은 대개 비침습적 치료를 원한다. 대표적으로 자궁근종 하이푸를 들 수 있다. 아예 침습과정이 없다보니 환자 입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게 사실이다.

 

고강도 집속초음파를 활용하는 자궁근종 하이푸는 수술없이 근종을 태우는 우수한 치료법이다. 다만 누구에게나 하이푸 치료를 권고할 수는 없다. 

 

김영선 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은 “어떤 치료든 마찬가지듯 하이푸라고 해서 모든 자궁근종을  100% 완벽히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가령 세포로 이뤄진(타입Ⅲ) 근종일 경우 치료가 어렵다. 근종이 초음파가 도달하기 힘든 위치에 있거나, 시술 후 합병증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면 하이푸를 시행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 자궁동맥 색전술, 복강경, 약물치료 등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민트병원은 이같은 다학제적 치료에 앞장서온 병원이다. 환자마다 가진 자궁근종의 속성을 면밀히 파악하고, 질병과 환자의 상황을 모두 고려해 치료법을 제시한다. 

 

사실 다학제적진료는 대학병원에서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자칫 각 과별로 서로의 주장만을 고집하거나, 다른 진료과를 존중하지 않으면 의견을 모으는 것조차 어려운 게 사실이다.

 

김 센터장은 모든 치료가 그렇듯 자궁근종도 근거중심의학 기반의 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 병원에서는 ‘환자의 효율적인 치료’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어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진정한 의미의 환자 중심의 치료법’을 구현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다학제적 진료의 최대 장점은 여러 진료과 의사의 의견을 종합한 다양한 치료법을 한 자리에서 원스톱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김재욱 센터장은 “대다수 병원에서는 치료를 결정하려면 여러 의사를 만나러 여기저기 다녀야 하고, 그렇다고 모두가 일관성 있는 내용을 얘기해주는 것도 아니다보니 환자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고 병원 한군데만 가자니 객관성 떨어질까 우려되는데, 다학제적 진료가 이뤄지는 경우 이같은 문제의 단점이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분야의 전문가 한 사람이 아닌, 질환과 관련된 다양한 진료과의 전문의들의 의견을 종합함으로써 치료 퀄리티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자궁근종 환자가 고려할 수 있는 치료법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근종을 지켜봐도 되는 상황에는 약물치료나 미레나 등 호르몬 치료로 조절한다. 고온의 열을 활용하는 고주파 용해술, 하이푸(HIFU) 등 비수술적 치료도 있다. 근종의 크기가 너무 크거나 개수가 많은 경우 근종으로 이어지는 혈관을 막아 근종을 괴사시키는 ‘자궁동맥 색전술’을 고려할 수 있다. 때에 따라 개복·복강경·자궁경 등 근종절제수술이 쓰이기도 한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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