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풀스토리] ‘값진 성공체험’…SK 서진용, 자신감 채웠다

 

[스포츠월드=베로비치(미국 플로리다) 이혜진 기자]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SK가 미국 플로리다에서 두 번의 청백전을 치르는 동안 서진용(28·SK)은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동료들의 피칭을 지켜볼 뿐이었다.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페이스 조절 중이다. 코칭스태프들의 관리를 받으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라이브피칭까지 순조롭게 진행됐고, 곧 있을 연습경기에도 정상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그래도 바라만 보고 있자니 못내 아쉬운 듯 서진용은 “나도 던지고 싶다”고 장난스럽게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지난 시즌 서진용의 성적표는 ‘A+’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태훈, 하재훈과 함께 이른바 ‘서-태-훈‘이라는 철벽 필승조를 구축했다. 72경기에서 33홀드를 따냈다. 전체 2위에 해당하는 수치.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 스탯티즈 기준) 또한 2.6이나 된다. 하나 둘 기록이 쌓여가면서 멘탈적으로도 한층 더 단단해졌다.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졌다. 서진용은 “위기 상황에 올라가도 꼭 막아야겠다는 생각보단 내 공을 던지겠다는 생각이 커진 것 같다”고 밝혔다.

 

 

서진용의 폭풍성장에는 무르익는 포크볼이 있었다. 비율 자체가 2018시즌 16%에서 2019시즌 37%로, 2배 이상 늘었다. 기본적으로 피안타율이 0.179밖에 되지 않는다. 좌우도 가리지 않는 편. 투구 폼을 간결하게 수정한 것이 주효했다. 밸런스가 잡히면서 제구가 크게 향상된 것.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도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으니 상대 타자 입장에선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낮게 깔리는 포크볼 덕분에 하이패스트볼의 위력도 한층 커졌다.

 

알을 깨고 나오기까지 쉽지 않았다. 야구 실력보다 외적인 부분으로 더 많은 주목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어렵게 온 자리인 만큼 한 번의 성공경험으로 만족할 순 없다. 서진용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이루고픈 일들이 많다. 지난해 아쉽게 달성하지 못한 팀 내 한 시즌 최다 홀드(34홀드) 기록에도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서진용은 “좋은 투수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하는 힘이 있다. 나 역시 그런 투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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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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