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슬퍼도 ‘레오’는 못 울어

[스포츠월드=장충 최원영 기자] 외로워도 슬퍼도 레오 안드리치(26·OK저축은행)는 울지 못한다.

 

배구는 팀 스포츠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가 있어도 혼자서는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없다. 뒤를 받쳐주고, 공을 연결해주고, 함께 공격을 해결해줄 동료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OK저축은행에는 레오 외엔 아무도 없었다.

 

OK저축은행이 1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4라운드 우리카드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3(20-25 25-20 15-25 25-20 13-15)으로 패했다.

 

우리카드는 최근 5연승으로 남자부 선두에 올라 기세가 높았다. 이에 맞선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은 ‘서브’에 초점을 맞췄다. 상대는 공격 루트가 다양하고 조직력도 끈끈해 강한 서브로 흔들어야 한다는 계산이었다. 한 가지 걱정도 있었다. 약 2주에 걸친 리그 휴식기 동안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졌다. 석 감독은 “지난 KB손해보험전(16일)에서 선수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였다. 기본적인 부분에서 실수가 나와 이를 보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였다.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레오뿐이었다. 레오는 서브 9개, 블로킹 2개 포함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5득점(공격성공률 53.33%)을 터트렸다. 코트를 가르는 강서브가 압권이었다. 2세트에는 7연속 서브로 승리를 가져왔다. 5세트에도 초반 서브에이스 3개를 몰아쳤다. 일방적으로 끌려가던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동료들이 응답하지 않았다. 레오가 고군분투하는 동안 레프트 송명근이 11득점(공격성공률 36%), 센터 박원빈이 6득점(공격성공률 50%)에 그쳤다. 특히 송명근은 상대 신영철 감독이 가장 경계하는 선수였다. 신 감독은 경기 전 “그 선수를 막지 못하면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송명근은 4세트 후반이 돼서야 깨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누구도 레오를 제대로 돕지 못했다. 레오도 결국 지치고 말았다.

 

석진욱 감독은 이날 경기 도중 작전타임을 부르고 국내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레오 서브 한 방만 기다릴 거야? 너희가 직접 해야지. 해줘야 한다”라고. 뼈아픈 한 마디였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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