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겨울이 야속해”… 패션업계 ‘울상’

고가 롱패딩 등 매출 감소 추세 / 숏패딩·코트 등 신흥강자로 부상 / 플리스 등 간절기 아이템 인기

[정희원 기자] 한겨울에도 포근한 날씨에 패션업계가 한숨 쉬고 있다.

연중 패션업계 최대 성수기임에도 포근한 날씨에 매출을 견인할 ‘패딩 매출’이 영 부진하다. 평균 기온이 평년을 웃도는 바람에 고가의 패딩에 대한 수요는 확 줄었다. ‘국민 패딩’으로 불리던 검정색 롱패딩을 새로 구입했다는 사람을 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미 ‘살 사람은 이미 다 사버린’ 측면도 있다. G마켓 조사 결과 2019년 11~12월 남녀 패딩 매출은 2018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0%, 13% 줄었다.

패션업계 겨울 실적 중간점검에 나서보자. 롱패딩은 완전히 지는 해가 됐고, 숏패딩·코트가 신흥 강자로 떠오르며, 플리스·경량패딩 등 간절기 아이템이 상승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올 겨울은 이렇다 할 특별한 유행 아이템이 없고, 날씨에 큰 구애를 받을 필요가 없어 오롯이 소비자 개인의 취향이 쇼핑으로 이어지는 듯하다”며 “다만 요즘 주목받는 플리스나 경량패딩의 경우 롱패딩 마진의 4분의 1 정도 수준인 만큼 대박을 바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겨울에도 포근한 날씨에 패션업계가 울상이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디스커버리 매장에서 고객이 숏패딩을 쇼핑하는 모습.

패딩 수요는 줄었다지만 귀엽고 힙한 느낌을 주는 ‘숏패딩’은 특히 1020 젊은층에서 상승세다. 아웃도어 브랜드 다이나핏이 지난 2~9일 자사 SNS를 통해 소비자 6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대·20대 응답자의 각각 46.5%, 41%는 숏패딩을 선호했다.

 

현대백화점도 숏패딩의 인기를 실감하는 조사결과를 냈다. 2019년 9~12월 아웃도어 패딩 매출 분석 결과 숏패딩이 68.1%로 가장 높았다. 롱패딩은 16.9%에 그쳤다. 2018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성장했다. 특히 인기 있는 것은 1020세대의 영원한 ‘근육맨 패딩’ 노스페이스 ‘1992 눕시’였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숏 마운틴 쿡 다운’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강추위가 닥쳤던 2017년, 이듬해인 2018년에 비해 숏패딩 매출 비중이 확연히 높아졌다”고 했다.

밀레는 올 겨울 숏패딩을 3만장 입고해 판매율 70%를 달성했다. 반면 롱패딩은 10만장 중 50%만이 팔렸다. 네파도 숏패딩 매출이 지난 겨울과 비교했을 때 120% 늘어났지만 롱패딩은 떨어졌다고 밝혔다. 무신사스토어에서도 올 겨울(11월1일~1월5일) 숏패딩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30% 성장했다.

노스페이스 1992 눕시 다운 숏패딩.

예년보다 포근한 겨울에 포멀한 ‘코트’를 찾는 고객도 증가세다. 더 이상 ‘얼죽코’(얼어 죽어도 코트를 고집한다는 뜻의 신조어)를 외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날씨다. 롯데백화점은 2019년 11~12월 패딩은 2018년 대비 1.9% 줄었지만, 코트(여성 패션·영캐주얼)는 각각 3.3%, 5.6% 증가했다고 밝혔다. 무신사스토어의 코트 매출도 2018년에 비해 158% 늘었다. 수많은 코트 디자인으로 선택을 어렵게 하는 스튜디오 톰보이에서도 이번 겨울 코트 매출이 2018년보다 53% 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다수 패션업계들이 몸을 사리며 기획 물량을 줄여 결과적으로 재고 부담을 덜었다는 것이다. 2017년 ‘평창 롱패딩 대란’ 이후 2018년 같은 롱패딩을 우후죽순 출시했다가 ‘창고 행’을 겪은 뼈아픈 경험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2020년은 업계가 전반적으로 판매율을 봐가며 물량을 조절하는 노선을 택했다”며 “그만큼 판매량도 줄겠지만 재고 부담은 이전보다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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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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