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던 ‘하스스톤’… 확장팩으로 재도약 노린다

‘용의 강림’ 정식 발매… 갈라크론드 변신 능력·숨결 무기 등 ‘눈길’ / 정치적 발언 e스포츠 선수 징계 논란… 블리자드 수장 사과로 일단락
하스스톤에 새롭게 적용된 확장팩 ‘용의 강림’

[김수길 기자] 블리자드의 시행착오로 인해 전 세계 게임 마니아들로부터 공분을 사게 된 희생양 ‘하스스톤’이 대망의 신규 확장팩을 출시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시동을 켰다.

2019년 11월 1일 전 세계 블리자드 팬들의 축제인 블리즈컨에서 공개된 ‘하스스톤’의 신규 확장팩 ‘용의 강림’(Descent of Dragons)이 최근 정식 발매됐다. ‘하스스톤’은 그동안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와 전략시뮬레이션 장르에서 업력을 쌓아온 블리자드가 2014년 선보인 첫 디지털 카드 게임이다. 블리자드의 기존 프랜차이즈인 ‘워크래프트’의 독특한 판타지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하수인과 주문, 무기 등으로 카드 덱을 구성해 게임을 시작한다. 긴박감 넘치는 대전 모드와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1인 모험 등 다양한 게임 모드가 있다. 전 세계에서 경험한 숫자만도 1억 명을 넘을 만큼 흥행 반열에 올랐다.

‘용의 강림’ 갈라크론드

확장팩 ‘용의 강림’은 보물 사냥꾼 영웅 집단인 탐험가 연맹(League of Explorers)과 흉악한 악의 연합 잔·악·무·도(League of E.V.I.L.) 사이에 벌어지는 최후의 공중전을 다룬다. 이 연장선에서 135장의 고공비행 카드를 담고 있다. ‘하스스톤’ 사상 처음으로 한 해에 걸쳐 전개돼 온 긴 이야기의 장대한 결말을 장식하게 된다.

특히 이용자들은 ‘워크래프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용이자 모든 용들의 아버지로 그려지는 갈라크론드(Galakrond)로 변신하는 능력을 비롯해 한층 커진 용의 화력으로 무장하게 된다. 또한 새롭게 등장하는 전설의 용들을 소환하고 숨결 무기(breath weapons)로 전장을 초토화 한다. 영웅적인 부가 퀘스트(Sidequests)에 착수해 전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도 있다. 사제, 도적, 주술사, 흑마법사, 전사 등 5가지 잔·악·무·도 직업으로는 각자 고유의 전투의 함성과 영웅 능력을 지닌 영웅 카드를 통해 갈라크론드로 직접 변신할 수 있다.

신규 플레이 방식인 ‘하스스톤: 전장’

현재 베타 테스트 중인 신규 플레이 방식 ‘하스스톤: 전장’도 눈길을 끈다. 불의 군주 라그나로스와 밀리피센트 마나스톰, 리치 왕 등 ‘하스스톤’ 역사를 이끈 총 24명의 영웅이 등판하는 시끌벅적한 8인 자동 전투 게임 모드다. 각자 하수인을 모으고 전략적으로 배치해 우위를 점해야 한다. 별도로 카드를 수집해 덱을 구축하거나 유지할 필요는 없다. 블리즈컨에서 소개된 이후 수 백만 명이 먼저 체험해봤다.

2019년 10월 블리자드가 ‘하스스톤’ e스포츠 대회에 출전한 홍콩 출신 프로 게이머에게 과도한 징계를 가하자, 블리저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게이머들이 들고 일어났다. 블리즈컨 현장을 찾은 홍콩 시위 지지자들이 블리자드의 행태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Freedom HONG KONG

한편, 블리자드는 정치적인 발언을 한 ‘하스스톤’ 종목 e스포츠 선수에게 과도한 징계를 내려 물의를 빚었다. 블리즈컨까지 2주 가량 남겨둔 2019년 10월 12일 ‘하스스톤’을 소재로 한 e스포츠 대회에 출전한 홍콩 출신 프로 게이머 청응와이(활동명: 블리츠 청)가 우승 소감으로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유수호 시위의 구호인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 時代革命)을 외치자, 곧장 블리자드는 블리츠 청에게 향후 1년 간 ‘하스스톤’ 게임 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했고 누적된 상금도 없앴다. 당시 대회 해설자 2명 역시 반강제적으로 해고됐다. 이에 팬심이 유난히 두터운 블리저(blizzer, 블리자드에서 내놓은 게임 콘텐츠를 즐기는 이용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게임 마니아들이 들고 일어났다. 블리자드가 홍콩 시위를 탄압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면서 게이머들의 입을 막고 있다는 게 핵심이었다.

블리자드 본사 사옥 내 오크 전사 동상 아래 새겨진 블리자드의 8가지 경영철학 중 두 가지인 ‘Every voice matters’(모든 의견이 중요하다)와 ‘Think Globally’(세계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라)가 흰 종이로 가려졌다. 사진 출처=Freedom HONG KONG

블리자드 사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누군가에 의해 본사 사옥 내 오크 전사 동상 아래 새겨진 블리자드의 8가지 경영철학 중 두 가지인 ‘Every voice matters’(모든 의견이 중요하다)와 ‘Think Globally’(세계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라)가 종이로 가려졌고, 임직원 수십 명은 홍콩시위를 연상시키듯 우산을 들고 경영진의 속단에 항의하기도 했다.

J. 알렌 브랙 블리자드 사장은 블리즈컨 오프닝 무대에 서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로부터 약 두 달 뒤 블리즈컨 개막식에서 회사의 최고 수장인 J. 알렌 브랙 사장은 홍콩 지지 발언을 한 선수를 제재한 것을 두고 재차 공식 사과했다. 이 자리에서 브랙 사장은 “지나치게 성급한 의사 결정으로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고 여러분과 소통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면서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우리가 세워왔던 높은 기준을 맞추지 못했고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매우 아쉽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과한다”고 했다. 브랙 사장의 발언에 맞춰 “Free Hong Kong”(자유 홍콩)을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홍콩 시위 지지자들은 블리즈컨 현장에서 블리자드의 행태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곳곳에서 펼쳐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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