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무렵 생긴 난소 물혹·부정출혈… ‘여성암 신호탄’

[정희원 기자] 여성들은 오랜 기간 삶의 일부를 차지하던 ‘월경’이 끝날 무렵 여성건강 관리에 소홀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이럴 경우 자신도 모르게 암의 사인을 놓칠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완경을 앞둔 여성 중 일부는 자궁근종·난소물혹 등 질환이 발견되거나 부정출혈이 이어지더라도 ‘대충 폐경이 되면 나아지겠지’ 하고 방치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자궁근종 같은 일부 질환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만큼 폐경 후 증상이 더뎌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치료를 미루는 사례가 적잖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조건 치료를 미루거나 방치하기보다 평소처럼 정기적인 여성검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폐경 이후에도 부정출혈이 지속되거나, 생리량이 과도한 경우 실제 여성암의 지표가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김하정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원장(산부인과 전문의)

◆단순 부정출혈인줄 알았는데… ‘자궁내막암이라뇨’

 

김하정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생리가 완전히 멎지 않은 갱년기 이행기는 1~2년 정도 지속되며 이 과정에서는 부정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생리가 완전히 멎은 지 1년이 지난 완경 상태에서 출혈이 지속된다면 자궁내막 등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와 관련된 환자의 사례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자궁근종을 갖고 있던 40대 후반 환자 A모씨는 폐경 시점인데도 생리량이 계속 늘어나 고민하고 있었다. 잠깐 월경량이 늘어난 정도가 아니라, 기간도 15일 정도로 길어졌다. 끝났다 싶으면 다시 출혈이 시작돼 일상생활이 곤란한 상황이었다.

 

다니던 산부인과에서는 큰 병원에 가볼 것을 권했고, 3차병원에서는 ‘근종의 위치가 좋지 않고, 근종이 자궁을 꽉 채우고 있어서 적출하거나 폐경까지 기다려보라’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수술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1년을 버티다 부정출혈로 일상생활이 힘들어 자궁근종 하이푸 등 비수술적 치료를 받을 것을 고려하게 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치료를 앞두고 다시 진단하는 과정에서 암이 의심된다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았다. 단순 근종으로 여겼던 부정출혈의 원인은 ‘자궁내막암’이었다. 환자 입장에서는 결국 암을 1년 이상 방치하게 된 셈이었다.

 

실제로 폐경 여성에서 자궁내막암을 시사하는 가장 흔한 증상이 바로 질출혈이다. 자궁내막암 환자의 90%에서 질출혈이 동반되는 것으로 보고되는 만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완경 시점 늘어나는 생리량, 여성건강 ‘적신호’

 

김하정 원장은 “자궁근종을 갖고 있던 환자라도 나이가 어느 정도 있고, 폐경 무렵 출혈이 지속된다면 암과 관련된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완경 이후 비정상적 질출혈이 나타났다고 해서 100% 암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은 ‘암’의 가능성부터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혹 중장년층 여성 중에는 ‘폐경 때는 생리량이 늘어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완경에 가까워질수록 월경량은 줄어들어야 하며, 부정출혈 빈도가 늘고·생리량이 많아졌다면 건강한 상황이 아닐 확률이 있다”고 지적했다.

 

난소에 물혹이 생긴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초음파만 볼 게 아니라 골반MRI를 촬영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초음파는 난소의 악성종양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렇다보니 정밀검사를 통해 놓친 혹이 있는 것은 아닌지 체크해보는 게 암을 예방하는 길이다.

 

◆부정출혈·물혹… 폐경까지 무작정 기다리면 ‘낭패’

 

김하정 원장은 부정출혈이 이어지거나 물혹이 생긴 경우, 무작정 ‘폐경까지 기다려보자’는 입장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난소암·자궁내막암 등 여성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용이하지만, 방치될 경우 생존률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궁내막암은 5 년 상대 생존율 90%로 부인암 중에서도 완치율이 높다. 하지만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치료가 까다롭다. 난소암도 마찬가지다. 초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90%가 넘지만 뚜렷한 증상이 없어 대부분 3기 이후에 발견돼 전체 생존율은 61%대에 그친다.

 

김 원장은 “가장 좋은 것은 문제가 생겼다고 느낄 때 면밀한 진단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아는 것”이라며 “여성암, 그중에서도 난소암은 특성상 종양표지자 혈액검사에서도 결과가 뚜렷하게 나오지 않다보니 골반MRI 등 이미지를 통해 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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