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만 입고 뛰쳐나왔다"…한밤중 '강진 공포'에 떤 멕시코

7일 밤(현지시간) 멕시코 남부 태평양에서 규모 8.0의 강진이 발생하자 많은 멕시코시티 시민들이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다.

이날 강진이 대낮이 아닌 한밤중에 발생하는 바람에 시민들은 더 큰 공포감을 느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49분께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州) 피히히아판에서 남서쪽으로 87㎞ 떨어진 해상에서 규모 8.1의 강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69.7㎞로 측정됐다.

현지언론들은 이번 강진이 멕시코를 강타한 지진 중 30년 만에 가장 강한 것이라고 전했다. 현지 지진 당국은 지진 발생 초기 규모 8.0이라고 밝혔다가 나중에 규모 8.4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 교민과 주재원을 비롯해 현지인들은 잠을 자다가 비상 대피 사이렌 소리를 듣고 건물 밖으로 신속히 대피했다.

지진 다발지역인 칠레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김모(50·여) 씨는 "예전에 들은 대로 여권을 들고 집 밖으로 나왔다"면서 "너무 무섭고 떨린다"고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멕시코시티에 사는 다른 교민은 "아파트 천장 페인트 떨어지고 벽에 금이 갔다"며 "귀중품을 챙길 틈도 없이 가족들과 함께 담요만 챙겨 잠옷을 입은 채로 그냥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이번 강진으로 인한 한인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신속히 안전 장소로 대피하고 여진에 대비하도록 전파했다"며 "아직 한인 피해 여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원과 가까운 치아파스 주에는 소수의 선교사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멕시코에 거주하는 대다수 교민은 진원과 상대적으로 먼 멕시코시티와 미국 국경과 가까운 몬테레이, 티후아나 등지에 많이 살고 있다.

건물 밖으로 나온 현지인들은 트인 공간에 삼삼오오 모여서 여진이 대비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서로 손을 맞잡고 안전을 기원하며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멕시코시티 인근 인테르로마스에 거주하는 구알베르토(41) 씨는 "잠을 자던 중 아파트 건물이 크게 흔들려 가족들과 함께 건물 밖으로 뛰쳐 나왔다"면서 "이곳은 그나마 진원으로부터 멀어서 별다른 피해가 없지만 진원과 가까운 곳에서 사람들이 많이 다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진이 올지 몰라 당분간 밖에 있다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라면서 "처음에는 너무도 당황스럽고 무서웠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텔레비사 등 현지언론은 밤늦은 시각인데도 생방송으로 속보 방송을 보내며 생생한 소식을 전했다.

미겔 앙헬 만세라 멕시코시티 시장은 이번 지진으로 일부 거리의 울타리가 넘어졌다고 확인했다.

그는 포로TV와의 인터뷰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취약지역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현재 심각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의 지하철 등 시내 대중교통은 큰 차질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시내에 있는 일부 터널이나 옹벽 등 붕괴위험이 있는 도로가 통제됐지만 비교적 정상적인 차량 흐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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