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시선] 벼랑 끝 SK…새겨들어야 할 김광현의 ‘최선론’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흔들리는 SK,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벼랑 끝에 서 있는 SK다. 안방에서 치른 키움과의 플레이오프(PO)에서 연거푸 쓴잔을 들이마셨다. 남은 3경기 중 한 번만 삐끗해도 한국시리즈 무대는 다른 이의 것이 된다. 확률은 이미 SK의 편이 아니다. 역대 29번의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에서 한 팀이 1, 2차전을 모두 가져간 경우는 15번 있었다. 이 가운데 3연승 뒷심을 꾀한, 이른바 ‘리버스 스윕’을 달성한 경우는 2차례에 불과하다. SK가 반전드라마를 쓰며 잠실로 갈 확률은 13.3%에 불과한 셈이다.

 

엇박자의 연속이다. 잘 싸우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틈을 보였다. 도루자, 견제사, 폭투, 포일 등 흐름을 끊는 장면들도 여럿 연출됐다. 무엇보다 정규시즌 막바지의 안 좋았던 기운들이 그대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았던 지난해 포스트시즌과는 달리, 이기고 있어도 왠지 불안한 듯한 선수들의 눈빛이다. 그렇다고 모두를 놀라게 할 ‘파격’ 전술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SK의 야구, 거기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았다. 

 

 

“져도 괜찮다.” ‘에이스’ 김광현의 말이다. 사실 김광현의 승부욕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스스로도 “이겨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컸다. 지는 게 싫다”고 털어놓을 정도. 왼쪽 엄지발가락 살이 찢어지고 왼쪽 엄지손가락에 물집이 잡힌 상태에서도 ‘더 던질 수 있다’ 말하기도 했다. 진짜로 져도 된다는 얘기가 아니라, 승리만이 전부가 아님을 뜻하는 말이었다. 김광현은 “지난 시즌 말, 전광판에서 한 팬의 응원을 들었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응원해주는 팬이 있구나 싶더라. 욕심을 조금 내려놓으니, 마음도 편해지고 결과도 더 좋아지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김광현의 말처럼 어쩌면 지금 SK에게 필요한 것은 ‘두려움’을 지우는 것이 아닐까.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는 것이 먼저다. 반성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붓고 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어차피 역사는 이어지거나, 새로 만들어지거나 둘 중 하나다. 그간 플레이오프(승률 100%)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 왔던 SK가 10년 전처럼 기적을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이대로 시즌을 마감할 지 아무도 모른다. 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SK의 모습은 무기력하게 고개 숙이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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