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타] ‘멜로가 체질’ 전여빈 “다시 출발선에 선 마음으로…더 애쓰고 싶어요”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배우 전여빈이 드라마 첫 주연 데뷔작 ‘멜로가 체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전여빈은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서른 살 다큐멘터리 감독 이은정을 연기했다. 아픈 사랑을 경험한 은정은 연인 홍대(한준우)가 세상을 떠난 뒤 차근차근 아픔을 마주하고 극복해 가는 인물. 그가 완성한 이은정은 예상치 못한 반전의 주인공이자 진한 여운을 남겼다. ‘멜로가 체질’을 본 시청자라면 누구든 가장 오래 기억할 만한 특별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종영 인터뷰를 위해 스포츠월드와 만난 전여빈은 “시간이 너무 금방 지나가 버린 것 같다. 찍는 동안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방송이 시작되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더라. 한 장면, 한 장면 방송되는 게 좋기도 하지만 아쉬운 마음도 컸다. 마지막 회를 보면서 비로소 ‘안녕’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우들도 배우들대로, 스태프들까지 ‘신난’ 현장이었다. 이런 드라마 현장만 계속되면 좋겠다는 그들은 현장을 ‘천국’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이병헌 감독의 역할도 컸다. 전여빈은 “현장에서 큰 소리를 내시는 법이 없었다. 글의 힘도 있었다. 따듯하고 재밌고, 친구 같은 기분을 주지 않나. 모두가 자신의 재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현장이었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신인이라고, 혹은 유명하지 않다고 해서 주눅 들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던 건 누구에게나 기회를 준 이 감독 덕분이었다. 각자가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각자의 색을 환영해주는 현장이었다. 

 

극본과 연출 두 가지를 모두 해낸 이병헌 감독. 이 감독 특유의 ‘말맛’을 살린 대사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전여빈 역시 이 ‘말맛’에 푹 빠졌다. “은정이의 라임과 상수 감독(손석구)의 라임이 딱딱 맞아 떨어졌다. 대사를 뱉으며 너무 재밌었다”면서 “은정이 뿐 아니다. 모든 캐릭터의 말맛이 살아있었다. 말에 리듬이 느껴지기도 하고 배우 입장에서 새로운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마치 재밌게 노는 ‘핑퐁 게임’을 하는 듯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대사는 “나 연기 못해?”라고 묻는 소민(이주빈)의 질문에 대한 은정의 답이었다. “사실 난 연기가 뭔지 모르겠어. 정답이 어디있겠니. 걱정 하지 마”라는 대사는 극 중 은정이 소민에게 건넨 말이었지만, 동시에 배우 전여빈의 마음에도 진한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나름의 첫 주연작이고,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는 ‘미지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재미를 느끼면서도 염려하고 불안했기 때문이다. 

전여빈이 ‘멜로가 체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4부까지 대본을 보고) 은정이에 대해 다 알지는 못했지만 이 글을 쓴 사람은 사랑이 많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단지 은정이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진 게 아니라 모든 것들이 소홀히 다뤄지는 것 같지 않았다. 함께하는 동안 그야말로 사람 냄새 나고 사랑할 수 있는 작품일 것 같았다”고 이유를 찾았다. 촬영 내내 은정이를 알아간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표현하려 했다고. 그러면서도 은정에게 처음 자신이 계산했던 것과 달리 다양한 면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홍대와 사랑에 빠졌던 은정이, 사랑보다 일이 중요한 은정이, 마음이 새파랗게 살아있는 패기 넘치는 은정이까지 다 다른 색이라 생각했다. 은정이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다”는 그는 점차 은정이를 향한 애정을 더 크게 느꼈다.

 

“지금까지 작품에서 누군가를 잃고, 그 사람이 겪은 트라우마를 깊이 들여다보고, 이 사람이 어떻게 발견하고 풀어나가게 되는지를 지켜본 드라마는 처음인 것 같았어요. 남은 사람의 그런 이야기를 길게 봐주는 게 신선했죠. 9부까지는 은정의 아픔을 묵묵히 봐주기만 하고, 14부까지 아픔을 자각하는 과정을 점층적으로 보여줬거든요. 그리고 극복해 갈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게 섬세하고 배려 깊게 느껴졌어요.”

전여빈은 은정이를 “너무 이해하고 싶었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를 잃은 시청자들, 그중에서도 누군가를 잃는 감정은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니 그걸 조금이라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되고 싶었다. 남아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살아있다는 죄책감으로부터 안아줄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고자 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니 은정이가 애틋해지더라. 이은정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정이라는 캐릭터로 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캐릭터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개성 넘치는 또래의 배우들과 함께한 유쾌한 현장이었다. 그렇지만 ‘밝음’을 온전히 만끽하기에 은정의 상황은 남들과 조금 달랐고, 첫 촬영부터 쉽지 않았다. 

 

“첫 촬영 날 효봉이(윤지온)가 근무하는 회사에 찾아가서 도시락 폭탄을 선물하는 신을 찍었어요. 홍대가 죽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고, 환상을 보게 됐다는 은정이의 전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었죠. 그런데 첫 촬영이 너무 코믹한 현장이었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감독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죠.”

 

나아가 처음 환상으로 홍대를 봤을 땐 너무 상처받은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길 바랐다. 가장 경계한 건 은정이가 슬픔을 알아차릴 때, 전여빈 스스로가 은정의 슬픔에 함몰되지 않는 것. 전여빈은 “만일 내가 너무 슬퍼져 버리면 은정이의 길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 그 거리감도 중요했다. 평소 친구들과의 말투에서도 왁자지껄 떠들지 않고 나만의 말투와 톤을 다르게 고수하려 했다. 실제로 너무 친해서 한 발짝 벗어나 있으려 노력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마음이 녹아 떠들게 됐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영화 ‘죄많은 소녀’가 개봉한 후 전여빈은 ‘한공주’ 천우희를 잇는 충무로 신예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런 그에게 천우희와 호흡한 소감을 묻자 한껏 상기된 목소리의 답변이 들려왔다. 그는 “연기를 너무 하고 싶던, 배우를 꿈꾸는 학생 시절 동대문 영화관에서 영화 ‘한공주’를 보며 꿈을 키웠다”고 했다. ‘이렇게 작은 영화에 유명하지 않은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 포기하지 말라는 뜻으로 주시는 것 같다. 감사하다’라고 말한 천우희의 수상 소감을 보면서 ‘이 사람은 대체 뭘까. 너무 좋다’라고 생각했다고. 천우희와 ‘멜로가 체질’을 함께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날아갈 듯 기뻤다고 회상했다. 천우희는 너무 따듯한 사람이었고, 상대 배우를 신나게 하는 배우였다. 그와 호흡을 맞추는 시간은 너무 들뜨고 신나서 평정심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는 웃픈 비하인드 스토리도 털어놨다. 

 

1% 대의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는 시청률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촬영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시청률에 대해) 잘 몰랐다. 열심히 만들어 놓은 선물을 받아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그러지 못해 속상한 마음도 있었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은 너무 좋더라”고 돌아봤다. 

 

자신을 ‘개복치’에 비유한 전여빈. 흔히 ‘유리 멘탈’인 사람을 표현할 때 쓰는 이 단어처럼 전여빈은 혹시나 상처가 될까 싶어 시청자들의 반응을 찾아보지 않는 편이었다. 배우로서 어떤 영향도 받지 않고 끝까지 달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멜로가 체질’은 댓글을 볼 용기를 내게 한 작품이 됐다. 그는 “동료 배우들이 악플이 없다고 하더라. 확인해보니 진짜였다. 응원의 댓글뿐이었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흥 넘치는 현장의 비결은 흥 넘치는 배우들이었다.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벌어진 쫑파티는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졌다. 한주(한지은)도 진주(천우희) 만큼이나 은정(전여빈)도 흥이 넘쳤다. 전여빈은 이런 분위기가 ‘옆에 있는 사람의 기운 덕’이라고 했다. 배우들이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기분, 서로에게 ‘수고했어’ 하는 마음으로 불타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각별한 애정이 담긴 작품인 만큼 떠나보내기도 쉽지 않았다. “연인이든 친구든 이별은 언제나 힘들다”는 전여빈은 “재밌게 작품을 만들지만 헤어지는 순간은 언제나 익숙하지 않다. 당연하게 아프고 감정의 잔여물이 남는다”고 아쉬워했다. 그나마 고마운 건 씩씩하게 새 출발에 나선 은정이 덕분이다. “은정이 홍대에게 안녕하며 자기를 찾기 위해 떠난다. 그게 나름의 용기가 되더라. 은정, 진주, 한주가 자기만의 독립을 하는 상황이 애잔하면서도 삶의 모습을 잘 담은 것 같다. 끊임없는 만남과 이별이 또 다른 성장의 발판이 된다. 캐릭터의 성장뿐 아니라 배우들의 성장도 이뤄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 

 

‘멜로가 체질’이라는 첫 주연작을 무사히 끝마친 배우 전여빈. 그에게 ‘연기가 체질’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는 “나는 연기가 너무 좋다”며 긍정의 답변을 내놨다. “오래 꿈꾸며 배우가 되기 위해 준비하면서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많이 고민했다면서 “또 출발선에 선 마음으로 알아가 보려 한다. 더 잘하고 싶고 애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제이와이드 제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