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야구에 장타까지…터커, 이런 외인 또 없습니다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어땠을까.’

 

지난 5월 KIA는 새로인 외국인 선수 프레스턴 터커 영입을 발표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제레미 해즐베이커가 열한경기에서 남긴 건 아쉬움과 한숨뿐이었고 퓨처스리그에서도 이렇다 할 변곡점을 만들지 못했다. 다행히 리스트업된 선수 중 터커가 레이더망에 포착됐고, KIA는 터커의 ‘선구안’에 희망을 걸었다.

 

기대했던 모습 그대로다. 10일 기준 볼넷과 삼진 비율이 정확히 1대1(28/28)이다. 타석수에 비해 많은 볼넷을 걸러낸 건 아니지만 좀처럼 삼진을 당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상대 투수들에게 심었다. KBO리그를 처음 접한 5월에만 여덟 개 삼진을 당했으나 6월부터는 자신이 설정한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만 건드렸다. 7월엔 67차례 타석에 들어서 볼넷만 12개를 골랐다. 그사이 삼진은 세 개였다. 약 한 달 간 한국 투수들에 대한 적응기를 지난 뒤부터는 ‘눈 야구’로 자신의 기량을 입증하고 있다.

 

눈여겨봐야할 점은 장타다. 터커의 장타율은 0.519다. 팀 내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홈런 타자 최형우(0.488)보다 약 3푼이 높다. 홈런이 많지 않아도 2루타가 그의 가치를 드높인다. 61경기에서 때려낸 2루타가 26개인데 리그 1위 LG 김현수(34개)와 큰 차이가 없다. 만약 시즌 초반부터 KIA 소속으로 뛰었다면 최다 2루타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 확률이 높다. 기존의 외인들과 달리 ‘일찍 왔으면 어땠을까’라는 기대까지 남기고 있다. 박흥식 감독 대행이 터커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공을 볼 줄 알고 때릴 줄 아는 덕에 우산효과도 생겼다. KIA에 홈런 타자는 최형우가 유일하다. 그나마 안치홍이 대체 자원인데 올 시즌 잔부상으로 예년만 못한 타격 성적을 남기고 있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우성도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자연스레 상대 투수들은 최형우에 좋은 공을 주지 않고 어려운 승부를 택했다. 그런데 터커가 눈을 뜨기 시작하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최형우만 상대하면 되던 상황이 터커로 인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박찬호와 터커가 누상에 나가 있는데 최형우를 거를 수도 없는 법이다. 터커가 제몫을 하자 최형우도 숨통을 틀 수 있었다.

 

대체 외국인 선수에서 복덩이로 탈바꿈한 터커, 이런 외인 또 없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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