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슈] ‘국찢남’의 힘… ‘봉오동 전투’, ‘엑시트’ 잡고 1위 스타트

 

[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일명 ‘국찢남’(국사책을 찢고 나온 남자들)이 제대로 일냈다.

 

영화 ‘봉오동 전투’(원신연 감독)가 부동의 1위였던 ‘엑시트’(이상근 감독)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봉오동 전투’는 개봉 첫날인 7일 하루 33만 4189명의 관객을 동원해 1위로 올라섰다. ‘엑시트’는 같은 기간 30만 6594명을 확보하면서 근소한 차이로 2위였다. 다만 ‘봉오동 전투’는 7일 하루 5801회 상영됐고 ‘엑시트’는 그보다 많은 6267회가 상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봉오동 전투’의 수요가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다. 어제 농사를 짓던 인물이 오늘의 독립군이 돼 이름 모를 영웅으로 살아간 시간과 그들의 승리에 관한 이야기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유해진이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전설적인 독립군 황해철 역을 맡았고, 류준열은 비범한 사격 실력의 발 빠른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 역이다. 여기에 조우진은 총과 언변으로 일본군을 상대하는 마적 출신의 저격수 마병구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봉오동 전투’는 요즘처럼 민감한 시국에, 때를 잘 만난 ‘국뽕 영화’(과하게 애국심을 강조하는 영화)다. 지금껏 전면으로 다룬 적 없는 봉오동 전투를 소재로 한 작품이란 점에서 의미도 남다르다. 그렇다고 봉오동 전투를 신격화시킨 것은 아니다. 평범한 농민과 학생, 누군가의 남편이자 가장이었던 사람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군이 되고,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오직 독립을 위해 싸우는 과정을 가장 낮은 시선에서 그려냈다.

 

‘봉오동 전투’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겸비한 오락영화로도 손색없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역사왜곡을 미연에 방지하고, 독립신문에 기재된 사실을 기반으로 그려냈다. 스크린을 화려하게 수놓는 액션도 훌륭했다. 스피디한 전개, 박진감 넘치는 총검 액션 그리고 엄청난 스케일과 로케이션이 스크린을 압도한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버금갈 정도로, 잘 만든 전투 액션 영화임에 틀림없다.

 

출연진들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유해진은 거친 액션과 맛깔나는 입담으로 영화의 중심축을 담당했다. ‘믿고 보는 배우’의 대명사이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 믿음을 기대 이상으로 보답하며 생애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 류준열은 날렵한 총 액션부터 아픔을 간직한 내면 연기를 입체적으로 소화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왜 총을 잡았고, 무엇 때문에 일본에 저항해 싸우는지를 오직 연기로 납득시켰다. 조우진은 유해진과 류준열의 중간적인 인물로, 극에 긴장감을 부여하며 흥미를 돋웠다. 한일 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연기, 스토리, 연출까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봉오동 전투’가 입소문을 제대로 탄 ‘엑시트’의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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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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