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희의 눈] 6살 유튜버에게 밀리는 지상파라니…

 

“옛날에는 뒤에 서있는 포졸 역할만 해도 광고가 들어왔어.”

 

한 코미디언 선배님과의 대화 중에 들은 이야기다. 그만큼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었겠거니와 시청률이 잘 나왔다는 말인 듯싶었다. 예전 ‘유머일번지’의 시청률이 80%가 넘었다는 말을 어깨너머로 들었고, 히트를 친 드라마의 시청률이 최소 40%는 나와야 인기 드라마라는 말을 쓸 수 있는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내가 한창 개그 프로그램 방송을 할 때인 6년 전만 하더라도 시청률이 20%만 나와도 위기이니, 이 프로그램이 없어진다느니 이런 말들을 심심치 않게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모든 말들은 이젠 옛날 말이 돼 가고 있다. 시간도 많이 지났고 세상도 많이 바뀌었다.

 

요즘 여기저기서 지상파 위기설이 돌고 있다. 지상파의 비상 경영 체제 돌입, 여러 해의 걸친 적자 운영체제, 월화드라마 폐지설, 드라마 시간대에 제작비의 절감을 위한 예능 편성 등 여러 가지 증후로 비춰 볼 때 이게 과연 위기설로 끝날 것인지, 진짜 위기인 것인지 구분이 안 간다.

 

결국 문제는 광고 수익일 것이다. 그동안 지상파에 쏠렸던 광고는 사람들이 더 몰리고 영상을 더 많이 보는 곳으로 옮겨가고, 이런 현상은 곧바로 지상파의 누적 적자로 쌓이게 될 것이다. 한 공영방송의 누적적자가 올해만 1000억 원이 넘어갔다는 예측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단적인 예로 한 지상파 방송국 노동조합에서는 ‘모 지상파 방송국 회사의 하루 광고 매출이 1억 4000만 원인데. 하나의 유튜브 채널인 보람 튜브와 비슷하다고 밝혔고, 임직원 1700명의 지상파 방송사와 6살 이보람 양의 광고 매출이 비슷해졌으니, 그야말로 생존 위기가 아닌가’라는 식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전 세계가 휴대전화 하나로도 하나가 되고, 그저 그런 좋은 것들은 너무 흔해졌다. 이제 사람들은 다수가 좋아하는 ‘일반적이고 단순히 좋은 것’을 더 찾지 않는다. 작게라도 나에게 크게 만족을 주는 무언가를 찾는다. 그리고 그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대접받는 크리에이터가 된다. 

 

과거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 종편 방송사도 경쟁 상대이지만, 국내 양대 포털을 비롯해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또 다른 위협 존재인 상황이다. 안일하게 무엇인가 하나 인기를 끌면 우르르 몰려가 너도나도 똑같은 콘텐츠를 기계적으로 찍어내는 모습으로는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가끔 나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TV를 틀어 놓고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혹은 집안이 너무 조용해 그냥 켜놓고 있는 TV를 볼 때면 이게 라디오인지 TV인지 구분이 안 가는 이 상황 말이다.

 

과연 지상파 방송국은 돌파구를 어디서 찾을지 방송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 해답을 빨리 찾아 주었으면 한다. 6살의 어린이 유튜버에게 방송국 전체 광고 매출이 밀리는 것은 너무나도 코미디적인 상황 아닌가.

 

개그맨 황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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