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심판 재량과 오심 사이… FC서울 '투혼' 앗아갔다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2018시즌의 아픔을 결코 잊어선 안 됩니다.”

 

2019시즌을 앞둔 최용수 FC서울의 출사표는 지난 시즌을 돌아보는 일이었다. FC서울은 2018시즌 부진을 거듭하며 11위로 마쳤다.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는 혈전 끝에 1부 리그에 잔류했다. 치욕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이 아픔을 지속해서 되뇌고, 선수들이 상기하도록 했다. 성적이 핵심이 아니었다. 무기력하고, 그라운드에서 쩔쩔매는 그 모습을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는 의미였다.

 

선수단은 절치부심 구슬땀을 흘렸다. 아픔을 마음에 품은 채 고통을 인내했다. 엄한 규율과 책임감 있는 자율이 공존하며 팀 재건을 위해 노력했다. 이는 결과로 나타난다. 서울은 18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승점 38(11승5무2패·30골)을 기록 중이다. 리그 선두 전북 현대와 승점 및 승패 동률이며 다득점에서 4골 차로 밀려 2위를 달리고 있다.

 

당장 관중 수부터 달라졌다. 지난 시즌 홈 9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총 관중은 11만2398명이었다. 올 시즌은 홈 9경기를 치러 15만5265명을 기록 중이다. 같은 시점에서 4만2867명이 더 찾았다. 특히 올 시즌 단 한 번도 1만명 이하의 관중을 기록한 적이 없다. 지난 시즌은 9경기 중 4차례나 1만명 이하의 관중이 찾아왔다. 이 추세라면 지난 시즌보다 10만명 관중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올 시즌 관중 증가의 제1요소로 대구FC의 선전을 꼽는 가운데 FC서울의 활약도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오심 사건’이 FC서울의 간절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지난달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울산 현대와의 맞대결에서 발생한 오심 때문이다. 이날 후반 32분 울산 김태환의 크로스가 서울 수비수 오스마르와 미드필더 정현철의 발을 스치면서 굴절됐고, 이어 수비수 김원식의 왼발에 정확하게 맞았다. 애초 주심은 VAR(비디오판독)까지 진행했지만,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핸드볼 파울을 선언하지 않았다. 명확하게 손에 맞았기 때문에 후폭풍이 일어났고, 결국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일 “오심”이라고 인정했다.

 

문제는 이 사건으로 일부 팬 사이에서 “서울만 주심의 편파 판정에 혜택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비난하고 있다. ‘매수’라는 단어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비하하고 비난하고 있다. 울산 황일수의 득점 때 주니오의 오프사이드 역시 정심으로 판명 났지만, 이 역시 오심으로 치부하고 비난의 화살을 서울로 돌리고 있다.

 

이날 서울 역시 억울한 장면이 있었다. 전반 24분 역습 상황에서 박주영의 오른발 슈팅이 울산 수비수 윤영선의 손에 정확히 맞았다. 손목이 튕길 정도였다. 슈팅의 방향은 안쪽으로 꺾였고, 강도도 약해졌다. 이에 골키퍼가 몸을 날려 막을 수 있었다. 윤영선의 손에 맞지 않았다면, 반대편 골대 구석으로 향할 수도 있는 슈팅이었다.

1-1로 맞선 전반 42분에도 고요한과 2대1 패스로 수비진을 허물고 고광민이 슈팅을 시도했는데, 울산 신진호가 무의식중에 손을 쓰는 장면이 포착됐다. 코너킥을 선언했기 때문에 맞은 것은 확실하다. 연맹은 팔과 어깨 사이에서 어깨 쪽에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신진호의 동작이 공 방향으로 가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FC서울이 수혜를 봤다는 주장만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한 언론 기사가 나오면 ‘서울이 손을 썼다,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또 치부해버린다.

 

서울은 올 시즌 피와 살을 깎는 노력 끝에 선두 경쟁을 펼치는 강팀으로 거듭났다. 최용수 감독은 “결과를 떠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지 말자고 했다. 항상 경기장을 찾아주시고, 응원해주시는 팬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이 오심과 비난으로 물거품이 돼서는 안 된다. 서울 역시 오심의 피해자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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