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텍스 꼼수에 공정위 과징금 부과

2012년 3월 A사가 한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재킷을 대폭 할인해 판다는 신문광고가 났다. 그러자 고어사는 즉각 A사에 해당 상품 전량 회수를 요구했다. 동시에 계약 해지도 통보했다. 때로는 고어 본사 직원들이 미스터리 쇼퍼(고객을 가장해 매장 직원의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사람)로 대형마트를 찾아 그들의 제품이 팔리는 지 감시도 했다. 고어사는 이런 식으로 그들의 제품이 대형마트에서 싸게 팔리는 것을 막았다. 학부모 ‘등골 브레이커’로까지 불리던 고가 아웃도어의 비밀이 여기에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고어텍스 원단의 가격 인하를 막기 위해 고어텍스 제품의 대형마트 유통을 제한한 고어 본사, 고어 아태지역본부, 고어 코리아 등에 과징금 36억73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거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구속조건부거래)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고어사는 방수·투습 등 기능성 원단 시장에서 60% 내외의 점유율을 가진 1위 사업자다.

고어사는 고어텍스의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웃도어 브랜드 업체가 고어텍스 원단의 완제품을 생산해 팔려면 고어사와 상표 라이선스 계약을 해야 한다.

고어사는 2009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고어텍스 원단으로 만든 제품의 대형마트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만들고, 국내 29개 아웃도어 의류 업체들에 이 정책을 따를 것을 강요한 혐의다.

고어사는 특히 계약서에는 대형마트 판매 제한 정책을 명시하지 않은 채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업체에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어사가 법 위반행위 기간 대형마트에 제품을 납품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 것만 4건에 달했다.

고어사가 제품의 대형마트 유통을 제한한 결과 고어텍스 제품의 시장가격이 매우 높게 유지되고 아웃도어 업체 간 경쟁도 제한을 받게 됐다고 공정위는 분석했다. 2010∼2012년 당시 일시적으로 대형마트에서 판매된 고어텍스 제품 가격은 다른 유통채널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낮은 수준이었다.

고어사는 대형마트 판매 제한이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품질 향상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형마트 판매 제한으로 고어사가 주장한 서비스 경쟁 촉진에 도움이 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반박했다.

세계일보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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